트레일러닝에 가슴이 ‘뻥’… 미숙한 운영 아쉬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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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트레일 제주’ 참가자 120명… 100km 달리며 제주의 ‘속살’ 감상
한달 앞둔 ‘울트라 트레일 한라산’… 코스 못 정하고 주먹구구식 운영

14~16일 한계에 도전하는 100km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산, 오름, 바다 등 제주의 속살을 경험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4~16일 한계에 도전하는 100km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산, 오름, 바다 등 제주의 속살을 경험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제주의 산, 오름(작은 화산체), 바다의 진면목을 마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하지만 허술하고 미숙한 대회 운영은 너무나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울트라트레일 제주’ 100km 대회 참가자 120여 명은 힘든 레이스를 펼치면서도 제주의 숨겨진 보물을 만난 듯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 대회는 한라산 32km, 오름 32km, 해변 36km 코스를 하루에 한 코스씩 8시간의 제한을 두고 달리는 ‘스테이지 레이스’ 방식이다. 트레일러닝에 관심 있는 초보자를 위해서는 18km 대회도 마련됐다.

 기자가 직접 100km 대회에 참가했다. 가을색이 선명한 한라산 백록담이었다. 사람주나무가 빨갛게 물들면서 단풍의 서막을 알렸고 마가목은 잎사귀를 내린 채 붉은 열매만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백록담 분화구에는 물이 가득 찼고 오름에는 억새가 만발했다. 가을 햇빛을 받아 바람에 살랑거리는 억새는 그야말로 은빛 물결이었다. 해안에서는 간간이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파도의 하얀 포말, 거무튀튀한 현무암, 잿빛 구름이 뒤섞인 풍경은 너무나 이색적이었다.

 트레일러닝은 도로가 아닌 산이나 계곡, 들판, 사막, 정글 등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며 자연을 즐기거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의 하나로 최근 국내에서도 동호인이 늘고 있다. 이번 대회 역시 제주의 ‘속살’을 온전히 보여주는 코스로 짜였지만 대회 운영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대회를 시작하기 15일 전까지 코스를 확정하지 않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6개월 이전에 일정, 코스 등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참가자를 모집하는 해외 대회에 비해 너무나 초라했다.

 지난해 처음 열린 ‘울트라 트레일 한라산(UTMH)’ 100km 대회는 올해 11월 26일 또다시 개최하기로 최근 결정했지만 한 달가량을 앞둔 지금까지 코스를 확정하지 못했다. 대회 코스 일부 구간을 관리하는 관계기관 등의 협조를 얻지 못했다는 점도 있지만 주먹구구식으로 대회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부터 2일까지 경남 하동과 지리산국립공원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울트라 트레일 지리산(UTMJ)’ 100km 대회는 공무원 등의 이해 부족으로 결국 무산됐다. 입산을 통제할 정도의 날씨가 아니었는데도 공무원들의 반대로 대회를 치르지 못한 것이다.

 트레일러닝계 한 관계자는 “트레일러닝은 자연을 즐기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로 발전 가능성이 크지만 세계적인 대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대회 운영과 함께 대한트레일러닝협회, 코리아트레일러닝협회 등으로 쪼개진 주도권 다툼, 불투명한 예산 집행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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