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화재 현장서 구조나선 용감한 이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6일 16시 45분


1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다세대주택 화재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부상당한 여성을 아래로 옮기고 있다. 청주서부소방서 제공
1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다세대주택 화재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부상당한 여성을 아래로 옮기고 있다. 청주서부소방서 제공
1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다세대주택 화재 현장에서 용감한 이웃 2명이 부상당한 여성을 붙잡은 채 119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왼쪽이 김기운 씨고 오른쪽 이웃은 신원이 알려지지 않았다. 청주서부소방서 제공
1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다세대주택 화재 현장에서 용감한 이웃 2명이 부상당한 여성을 붙잡은 채 119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왼쪽이 김기운 씨고 오른쪽 이웃은 신원이 알려지지 않았다. 청주서부소방서 제공
불이 난 다세대 주택 화재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에 나선 이웃들의 이야기가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15일 오전 11시 15분경 충북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 4층짜리 다세대주택 2층 A 씨(35·여)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집 안에 있던 A 씨가 불이 난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현관 쪽에 불이 번져 탈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A 씨는 창문을 열고 도움을 요청했다.

아래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기운 씨(51)는 A 씨의 목소리를 듣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창문에서는 이미 시커먼 연기가 솟구치고 있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김 씨는 서둘러 외벽에 설치된 우수관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길을 지나던 다른 남성도 우수관을 타고 구조에 동참했다.
2층에 올라가 식당 간판 윗부분을 밟고 간신히 지탱한 두 사람은 A 씨가 창문 밖으로 나와 작은 철제 구조물에 걸터앉을 수 있도록 도왔다. 잠시 후 119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A 씨는 정신을 잃어 김 씨 등 두 사람이 추락을 막기 위해 A 씨를 붙잡고 있는 상태였다. 구조대는 사다리를 통해 A 씨를 아래로 끌어내린 뒤 병원으로 옮겼다.

구조대 관계자는 "A 씨는 의식을 잃고 맥박도 약해 위급한 상황이었다"며 "구조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연기를 마시고 경미한 화상을 입었지만 병원 치료를 받고 의식을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김 씨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도와달라는 소리를 듣고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간 것뿐이다. 사실 큰 도움을 주지도 못했다.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김 씨와 함께 구조에 나섰던 다른 남성은 신원조차 밝히지 않은 채 사라졌다.

불은 A 씨의 집 내부 58.79㎡를 태우고 약 25분 만에 진화됐다.

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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