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다세대주택 화재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부상당한 여성을 아래로 옮기고 있다. 청주서부소방서 제공
1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다세대주택 화재 현장에서 용감한 이웃 2명이 부상당한 여성을 붙잡은 채 119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왼쪽이 김기운 씨고 오른쪽 이웃은 신원이 알려지지 않았다. 청주서부소방서 제공 불이 난 다세대 주택 화재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에 나선 이웃들의 이야기가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15일 오전 11시 15분경 충북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 4층짜리 다세대주택 2층 A 씨(35·여)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집 안에 있던 A 씨가 불이 난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현관 쪽에 불이 번져 탈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A 씨는 창문을 열고 도움을 요청했다.
아래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기운 씨(51)는 A 씨의 목소리를 듣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창문에서는 이미 시커먼 연기가 솟구치고 있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김 씨는 서둘러 외벽에 설치된 우수관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길을 지나던 다른 남성도 우수관을 타고 구조에 동참했다. 2층에 올라가 식당 간판 윗부분을 밟고 간신히 지탱한 두 사람은 A 씨가 창문 밖으로 나와 작은 철제 구조물에 걸터앉을 수 있도록 도왔다. 잠시 후 119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A 씨는 정신을 잃어 김 씨 등 두 사람이 추락을 막기 위해 A 씨를 붙잡고 있는 상태였다. 구조대는 사다리를 통해 A 씨를 아래로 끌어내린 뒤 병원으로 옮겼다.
구조대 관계자는 "A 씨는 의식을 잃고 맥박도 약해 위급한 상황이었다"며 "구조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연기를 마시고 경미한 화상을 입었지만 병원 치료를 받고 의식을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김 씨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도와달라는 소리를 듣고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간 것뿐이다. 사실 큰 도움을 주지도 못했다.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김 씨와 함께 구조에 나섰던 다른 남성은 신원조차 밝히지 않은 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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