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교통사고 빅데이터로 ‘나이롱 환자-병원’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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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5회이상 사고 1만1460명… 환자 20%가 병원 6곳 몰려
정부 “보험사기 등 의심… 정보공유”

 40대 김모 씨(광주 동구)는 지난해에만 무려 39번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때마다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교통사고가 발생한 장소와 상관없이 특정 병원 2곳만 찾아가 진료를 받았다. 김 씨는 자동차보험을 이용한 사기 행각을 벌였고 두 곳의 병원 역시 보험사기를 방조하거나 도왔을 가능성이 높다. 김 씨와 같은 속칭 ‘나이롱환자’(보험사기 의심 환자)뿐 아니라 이들의 사기 행각을 눈감아 주는 ‘나이롱병원’의 실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분석으로 국내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이 13일 심평원에서 받은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3년 7월∼2016년 6월까지 10회 이상 교통사고를 겪은 ‘다(多)발생 환자’는 10∼19회 857명, 20회 이상 78명 등 총 935명에 달했다. ‘다발생 환자’란 교통사고를 여러 번 겪은 한 명의 환자를 뜻한다. 같은 기간 5∼9회 교통사고를 겪은 환자는 무려 1만525명이나 됐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교통사고 다발생 환자가 진료를 받는 병원도 사고 발생 지역과 상관없이 특정 병원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 5회 이상 교통사고 다발생 환자(1만1460명)를 진료한 의료기관을 분석한 결과 환자 중 19%(2151명)가 A의원(대구), B한방병원(서울), C병원(인천) 등 6곳의 의료기관만 이용했다.

 3년 동안 10회 이상 교통사고를 겪은 환자(935명)가 찾은 의료기관 역시 광주의 한 종합병원과 경기도 소재 의원 등 3곳뿐이었다. 특정 병원이 교통사고 관련 외상 치료를 전문적으로 수행해 환자가 몰릴 수는 있다. 하지만 비상식적으로 교통사고 다발생 환자가 특정 병원에 집중되는 현상에는 수익을 위해 보험사기 의심 환자를 적극 활용하는 ‘도덕 불감증’ 병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이 6549억 원에 달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 자료를 활용해 보험사기 의심 환자와 병원을 찾아내는 ‘보험사기 빅데이터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 의원은 “보험사기 의심 병원을 파악하면 사기 유형을 분석할 수 있고, 해당 유형을 보험 지급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선량한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교통사고#빅데이터#나이롱 환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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