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와 일본 야마가타대 공동 조사 결과 한국과 일본 대학생 10명 가운데 8명이 ‘노력과 실력으로 성공하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인하대 학생들이 교정을 걷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한국과 일본 대학생 상당수가 노력과 실력으로만 성공하기 어려운 불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과 승진 등 사회생활에서 공정한 규칙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인하대에 따르면 사범대 김흥규 명예교수와 학생생활연구소 이상란 박사, 일본 야마가타(山形)대 고길희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일 대학생의 사고(思考)와 의식 성향에 대한 비교연구’라는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논문에는 최근 3년간 인하대 등 수도권에 있는 4개 사립대학과 일본 야마가타 현에 있는 사립대학 2곳의 한일 대학생 516명을 대상으로 가족 및 결혼관, 사회관, 직장관, 외모 및 생활 소비 습관을 조사한 결과가 담겨 있다. 양국 대학생의 사고 및 의식 성향 차이를 비교해 시사점을 찾는 논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 대학생은 ‘공정한 규칙과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 노력과 실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한국 대학생은 12.7%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 중 남학생이 15.3%였고 여학생은 7.9%에 불과했다. 일본 대학생도 16.4%(남학생 17.5%, 여학생 15.2%)만 ‘그렇다’고 밝혔다.
‘정치인을 비롯해 민주 자유 인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법과 질서를 오히려 안 지킨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한국 대학생의 32.3%가, 일본 대학생은 12.3%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 대학생들의 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더 컸다. 준법성을 묻는 질문에 일본 대학생은 “일본 국민이 대체로 법을 잘 지킨다”고 생각했다. ‘국민의 준법성 수준은 보통 이상이며, 대부분의 국민이 법과 질서를 지키고 있나’라는 질문에 일본 대학생의 87.6%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한국 대학생은 67.7%에 그쳤다.
생활 소비 습관 및 외모관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일본 남자 대학생의 43.3%는 ‘생활을 즐기려면 어느 정도 낭비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남학생은 34%만 ‘그렇다’고 말해 일본에 비해 ‘소비의 균형 감각’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건강관리와 약간의 몸매 관리를 한다’는 질문에 한국 대학생은 80.5%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일본 대학생은 69%만 인정했다. 한국 대학생의 12.5%는 ‘목표를 세워 몸매를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답했지만 일본은 7.8%에 그쳐 한국 대학생이 자기 관리에 더 열정이 있었다.
양국 대학생의 직장관도 사뭇 달랐다. 직장 내 불만과 갈등이 있을 경우 ‘긍정적인 태도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질문에 한국 대학생은 80.1%로 일본 학생의 72.6%에 비해 높았다. ‘조건이 좋으면 이직하겠다’는 질문에는 일본이 28.3%로 한국 대학생(21.5%)보다 앞섰으며 ‘이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항목에 공감한 한국 대학생은 56.6%, 일본 대학생은 45.7%였다.
한국 대학생들은 청소년기에 지켜본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를 통해 조국에 대한 긍지와 애국심이 투철해졌고, 디지털 감성이 뛰어난 특징을 보였다. 일본 대학생은 장기 불황(1991년∼) 이후 태어난 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대형 재난을 겪어 사회심리학적으로 불안감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김 명예교수는 “공정하지 못한 사회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양국 대학생이 취업난 등 현실적 어려움을 만나면 사회를 향한 분노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른바 ‘병리 사회’로 빠져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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