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번지점프 직원의 실수로 안전고리 없이 42m 높이 번지점프대에서 그대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점프대와 안전줄이 연결이 안 돼 있었다”며 “추락한 후에도 구조에 나서지 않아 친구와 내 힘으로 겨우 물 밖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끔찍한 사고를 겪은 유모 씨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파트 14~15층 높이의 번지점프대에서 시험낙하나 안전교육 없이 떨어졌다”며 “안면부터 가슴, 복부, 허벅지까지 타박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유 씨는 지난 14일 춘천시 강촌의 한 번지점프대에서 번지점프 안전고리 연결 없이 낙하했다. 그는 안전 조끼에 연결된 코드줄이 분리 돼, 42m 아래로 추락했다. 다행히 깊이 5m의 북한강에 빠져 목숨을 건졌다.
언론에 알려지기 전 업체 측은 “직원이 줄을 안전고리에 걸었으나 고리 나사가 풀리면서 1회 고무줄 반동 후 피해자가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 남자친구가 찍은 영상을 본 경찰은 피해자가 반동 없이 그대로 물에 떨어진 것으로 봤다.
그는 “동영상을 보고서 ‘(점프대와 안전줄이)연결이 안 돼 있었다, 줄하고 나하고 같이 떨어지지 않느냐’ 했더니 (직원이)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연결은 했는데 줄이 풀린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 했다.
유 씨에 따르면 업체 측은 그가 추락한 후에도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친구와 자신의 힘으로 물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유 씨는 “한 25초에서 30초가량을 물속에 있었다.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서 발버둥을 쳐서 얼굴을 꺼냈는데 그때 배가 천천히 출발하더라”며 “친구가 뛰어와서 구해주려고 하는데 바깥에서 ‘아가씨 올라와야 돼요. 안 그러면 죽어요’ 소리가 들리더라. 친구와 제 힘으로 나왔다. 둘의 힘으로 겨우 올라올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아무도 안 왔다. 심지어 거기 배 안에 있던 직원도 저를 안 구했다. 바로 앞에 있는데도 안 구했다”며 “사과 한마디도 못 받았다”고 분노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충남대 스포츠학과 정문현 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규제의 허술함을 꼽았다. 번지점프 안전요원으로 근무할 수 있는 자격 자체가 허술해 현장 안전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며, 관련 업종들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미국의 경우 번지점프 안전요원으로 근무하려면 번지점프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200시간 이상이거나 번지점프 250회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전문요원으로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레저업체들이 영세하고 주말만 운영을 하기 때문에 시골에서 20만 원 주는 아르바이트생들을 쓴다. 주말에 (번지점프를)몇 백 명이 뛰기 때문에 빨리빨리 뛰게 해야 하다 보니 그런 것이 좀 미숙한 사람들은 놓칠 수 있다. 또 안전요원이 한 명이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업종들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며 “사업자 신고만 하면 별다른 검사 없이 그냥 할 수 있다. 기준이 없다. 기준이 없으니까 사고가 나도 과실이 얼마나 있느냐에 대한 기준이 없다. 즉시 구조할 수 없는 시스템도 안 돼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관련 규정을 자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선진국의 경우 ‘300번 뛰면 교체하라’ ‘250시간 이상 햇볕에 노출됐을 경우 경화되니 교체하라’ 등 엄격하게 품질관리를 하지만 국내엔 이런 규정이 없다”며 “이런 것을 철저히 하는 업체도 있지만 영세한 업체에서는 한 번이라도 더 쓰려고 교체시기를 놓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번지점프를 하기 전 ‘사고가 나면 본인의 책임이다’라는 서약서를 쓴다.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자세한 관련 규정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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