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면세점 인수 없던일로… 러 신사업 ‘스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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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최악 경영공백 위기감

20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재계 5위 롯데가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 공백 위기를 맞게 됐다. 롯데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것은 1967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롯데그룹은 ‘올 것이 왔다’며 신 회장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올까 숨죽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경영 공백뿐 아니라 일본 경영진의 지지를 잃고 자칫 한국 롯데의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갈까 초조해하고 있다.

롯데는 이날 신 회장의 소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고 “국내외 18만 명이 종사하는 롯데의 미래 역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직원이 힘을 모으겠다”며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변화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의 컨트롤타워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해외 신사업은 올스톱된 상태다. 그간 신 회장은 ‘한일 원리더’ 체제를 확실히 다지고, 2018년까지 아시아 10위권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2018 비전’을 제시하며 사업 확장에 매진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올해 6월 미국 루이지애나의 롯데케미칼 공장 기공식에서 돌아온 후부터 출국금지 상태다. 롯데케미칼의 미국 석유화학 기업 엑시올 인수, 롯데면세점의 미국 면세점 인수도 없던 일이 됐다.

신 회장은 이달 2, 3일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도 초청을 받았지만 검찰 수사가 길어지면서 러시아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롯데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유통 및 호텔사업 확장을 논의할 좋은 기회였다”며 “거의 한두 달에 한 번은 해외에 나가 사업 기회를 모색했는데 중단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구속 시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참석이 어려운 점도 롯데의 고민거리다. 신 회장은 7, 8월 열린 이사회에도 불참했다. 그룹 내에서는 일본 경영진의 지지를 잃게 되면 한국 롯데의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 회장이 한일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과 가와이 가쓰미(河合克美) 상무 등 일본 경영진의 지지 덕분이었다.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와 롯데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0%)가 그들의 영향력 아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구속될 경우 본인이 사퇴하거나 해임되는 문화가 있다”며 “만일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일본 경영진이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구속 시) 종업원지주회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일본 경영진은 재판 과정까지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또 최대주주가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장악한 광윤사라 일본 경영진이 나서기에는 복잡한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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