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수사 102일… 檢, 비자금-제2롯데월드 의혹 못밝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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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회장 첫 피의자 소환 조사… 수사 마무리 단계

“심려 끼쳐드려 죄송”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2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심려 끼쳐드려 죄송”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2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61)이 20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6월 10일 시작된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1967년 롯데그룹이 창립된 이후 그룹 회장이 검찰에 피의자로 불려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 회장은 검찰 소환 전날까지 잠을 잘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 당일인 20일에는 롯데그룹 본사로 먼저 출근한 뒤 측근들과 마지막으로 검찰 조사에 대비한 후 서초동으로 향했다. 신 회장은 평소 벤츠 S600을 타지만 이날은 차를 회사에 둔 채 에쿠스를 타고 취재진이 몰려 있는 서울중앙지검 앞에 오전 9시 15분경 도착했다.

검찰에 도착한 신 회장은 기자들에게 굳은 표정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횡령, 배임, 총수 일가 탈세 등을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다”고 답변하고 검찰 청사로 들어갔다.

신 회장은 한국어가 서툰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62)과 달리 변호인 한 명의 입회하에 한국어로 답하며 조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검사 2명씩으로 구성된 2개 조사팀을 꾸려 주요 혐의별로 돌아가며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이 수사한 롯데그룹의 주요 비리 의혹은 크게 △계열사 인수합병(M&A) 과정 및 해외 배임, 비자금 조성 △서울 서초동 롯데칠성 용지 등 거래 의혹 △일감 몰아주기 및 내부 자산 거래 △제2롯데월드 인허가 관련 로비 의혹 등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를 통해 롯데건설이 조성한 560억 원대 비자금의 용처를 파악했지만 총수 일가가 조직적으로 빼돌리거나 그룹 정책본부와 연결된 비자금은 찾아내지 못했다.

또 검찰 수사 초기 불거진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 의혹도 이명박(MB) 정부의 정치권 유착 관계를 밝혀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현재까지는 결과가 드러난 것은 없다. 검찰은 이달 안에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롯데홈쇼핑의 로비 의혹 등을 따로 떼어내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70·구속)과 고교 동문 간 학맥으로 이어진 고위 공군 관계자들과의 유착 의혹은 당분간 ‘의혹’으로 남게 됐다. 롯데물산은 공군 중장 출신의 천모 씨(69)가 회장으로 있던 공군 항공기 부품 업체 B사와 2009, 2010년경 13억 원대 용역 계약을 했다. 기 전 사장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물산 대표이사를 지냈다. 기 전 사장과 천 씨가 고교 동문이고, 이 시기 공군 최고위 관계자도 같은 고교 출신이라 의심을 많이 받았다.

제2롯데월드 사업은 고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정책본부장·69)이 핵심 사업으로 맡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과 신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구조였으나 최근 이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한편 검찰은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부인 서미경 씨(57)가 소환에 불응함에 따라 여권 무효 등 강제 조치를 취하고 소환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국세청과 협의해 이날 서 씨의 국내 부동산과 주식 등 전 재산을 압류하도록 했다. 서 씨가 국내에 보유한 재산은 부동산만 18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석준 eulius@donga.com·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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