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업무 강도와 낮은 처우, 환자와 보호자의 언어폭력 등에 시달려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난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대한간호협회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 무너지는 환자 안전’을 주제로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간호협회에 따르면 한해에 병원을 그만두는 간호사는 10명 중 2명꼴이다. 이는 의료기관의 인력부족을 야기해 환자와 병원,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게 토론회 참석자들의 의견이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중앙대의과대학 간호학과 권혜진 교수는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이유로 크게 ▲폭언과 폭행·임신순번제 등의 문화로 인한 열악한 근무환경 ▲간호서비스 저수가와 같은 낮은 처우 ▲일부 환자나 의사가 간호직을 전문직으로 보지 않거나 화풀이대상으로 인식하는 사회·문화·환경적 요인 등을 꼽았다.
권 교수는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간호사에 대한 수요는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종사자의 건강상태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보면 간호사의 업무에 대한 걱정과 좌절, 지겨움, 힘듦 등의 감정이 다른 직업군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주 2회 이상 잠들지 못한다는 간호사도 10명 중 4명꼴로 대체로 수면상태도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권 교수에 따르면, 간호사의 90.6%가 반말, 인격 모독성 발언 등 언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
권 교수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간호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는 줄어들고 있다”며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 당 간호인력은 5.2명으로 OECD 국가 평균 9.8명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이사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높은 노동 강도, 병원의 간호사 인력 투자 소홀 등으로 한국 간호사의 평균 근무연수는 8년, 평균 이직률은 16%”라며 “숙련도가 가장 높은 연령은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30~40대이지만 한국 간호사의 주된 연령대는 3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 대부분 간호사의 주된 연령이 30~40대로, 미국은 36세~55세 연령의 간호사가 전체 56.8%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간호업무의 대부분은 5년 미만 액팅간호사”라며 “이는 환자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곽 이사는 “간호사가 환자에게 제공하는 간호시간이 늘어날수록 투약오류나 욕창, 낙상 등이 줄어들고 입원 기간이 짧아져 의료비가 감소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러나 간호사 고용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간호관리료는 전체 건강보험 수가의 3%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곽 이사는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입원환자 2.5명 당 간호사 1명(간호사 1명당 환자 13명 추산)을 둬야 한다는 인력규정이 있지만, 대다수의 병원이 지키지 않고 있다”며 “간호사 1명 당 환자 5~7명을 돌보는 미국, 일본 등의 수준으로 인력기준을 개선하고 이를 모든 의료기관이 준수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토론회를 듣는 내내 어떻게 해야 정부가 제도적으로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간호인력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보건의료인력법은 기재부, 국토부 등 다 반대하는 상황이라 통과가 쉽지 않지만, 다만 모든 법안 내용은 아니더라도 정부와 국회가 상의해 복지부가 제 역할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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