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차선 진입 서울 잠원 나들목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하려는 한 대형 고속버스가 버스전용차로로 진입하기 위해 차선을 막무가내로 가로지르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 단속 화면 캡처
성모 씨(52)는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 나들목 근처를 지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잠원 나들목을 통해 하행선으로 진입한 고속버스들이 마치 도로를 횡단하듯 1차로로 진입하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고속버스들은 버스전용차로를 조금이라도 빨리 이용하기 위해 거의 90도 가까이 운전대를 돌린다. 이 때문에 2∼4차로를 달리던 다른 차량들은 모두 멈춰 서야 한다. 성 씨는 “버스들이 갑자기 끼어들어 브레이크를 급히 밟으면 뒤차가 내 차를 추돌할 수도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나들목 근처는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아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데 매번 무서워 죽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반포 나들목은 물론이고 상행선에서도 비슷하다. 1차로인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다 나들목으로 빠지기 위해 급하게 차로 변경을 하는 고속버스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는 운전자가 많다.
추석 귀성을 앞두고 이른바 ‘칼치기’(급격한 차로 변경)를 일삼는 대형버스들이 운전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A고속 운전사 최모 씨(47)를 포함해 19개 회사 대형버스 운전사 1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7월 17일 강원 평창군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발생한 대형버스 추돌사고를 계기로 같은 달 20일부터 3일간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반포 나들목과 잠원 나들목 일대를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반포·잠원 나들목은 평소 고속버스 등 대형버스들의 칼치기 운전이 많아 다른 운전자들의 민원이 자주 제기되는 곳이다.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대형버스들이 고속도로 진입로에 이르면 4, 5차로에서 버스전용차로로 직행하는 일이 다반사다. 추석처럼 귀성·귀경 차량으로 붐비는 시기엔 버스들이 배차 간격을 맞추려고 더욱 서두른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는 진로를 변경하려 할 때 변경하려는 방향으로 오고 있는 다른 차의 통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 진로를 변경해선 안 된다. 이를 지속적으로 위반해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구속 시엔 면허가 취소된다. 이번에 입건된 운전자 131명도 40일간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될 예정이다.
“전국에 뜬다, 암행순찰차” 5일 경기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에서 열린 암행순찰차 전국 확대 시행 발대식에서 순찰 전담 요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경찰은 고속도로 난폭운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5일부터 암행순찰차 운행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전국 고속도로에 21대, 서울 시내 자동차전용도로에 1대 등 모두 22대를 투입했다. 경찰은 3월부터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시범운영 기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암행순찰차 운행을 확대해 왔다. 시범운영 기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555건에서 498건으로 감소했고, 사망자도 16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암행순찰차는 보닛과 양쪽 앞문에 경찰 마크가 붙어 있을 뿐 겉모습이 일반 승용차와 같다. 도로를 달리다가 단속 대상을 발견하면 경광등과 사이렌을 켜고 단속에 나선다.
단속 강화뿐 아니라 버스전용차로 구간 조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정책연구원은 “고속도로의 경우 높은 속도로 달리다가 차로 변경을 하면 사고 위험이 크다”며 “차로 변경을 할 거리를 고려해 버스전용차로 구간을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버스 운전자들은 5차로에서 4차로, 3차로, 2차로를 순차적으로 거쳐 버스전용차로로 도달하려는 안전 운행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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