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너무 좋은 직장 찾지 마세요 마음 끌리는 곳서 우직히 일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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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한센병 환자 돌본 김인권 명예원장, 서울대 졸업식 이색 축사

30년 넘게 한센병 환자 치료에 헌신한 김인권 애양병원 명예원장(65)이 서울대 후배들에게 “너무 좋은 직장을 찾지 말라”는 이색 조언을 남겼다.

29일 서울대 제70회 후기 학위수여식 연사로 나선 김 명예원장은 축사에서 “진로를 정하는 데 선배이자 사회의 경험자로서 몇 가지 도움을 드린다”면서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 때 재상 손숙오와 아들 손안의 일화를 소개했다.

장왕의 공신이었던 손숙오가 죽자 장왕은 손안에게 벼슬과 땅을 약속했다. 하지만 손안은 한사코 거절하며 침구(寢丘)라는 황폐한 땅만을 달라고 했다. 김 명예원장은 “세월이 흘러 왕이 바뀌고 신하들은 서로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다퉜다”면서 “아무도 침구 땅은 원치 않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손씨들이 그 땅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구나 생각하는 좋은 직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상하 수직관계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 존재감을 나타내기가 무척 어렵다는 의미라고 김 명예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또 “일을 세련되게 잘하는 것보다 우직하고 열심히 하면 일하는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라면서 “어떤 직장에 들어갔다면 무조건 열심히 일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어 “직장을 선택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결정하는 것”이라고도 권했다.

김 명예원장은 1975년 서울대 졸업 후 남들이 인정해주는 곳 대신 마음이 이끄는 곳을 첫 직장으로 선택했다. 그는 1980년부터 3년간 한센병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국립소록도병원에 자원해 공중보건의를 지냈다. 그는 “큰 동요 없이 33년간을 봉직하게 된 제일 큰 힘은 이 선택을 나 자신이 했고 나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성낙인 총장은 학위수여식사에서 창조적 도전과 공익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이 헤쳐 나가야 할 미래는 경이로움과 희망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면서 “그동안 다져온 역량과 지혜, 패기와 열정을 통해 불확실성에 과감하게 맞서 나가고자 하는 신념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은 서울대는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학부생 851명을 포함해 총 2428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서울대#졸업식#학위수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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