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車 뒤쫓다 사고로 ‘척추장애’ 택시기사, ‘의상자’ 인정”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8월 28일 14시 13분


음주 뺑소니 차량을 뒤쫓다가 다친 택시기사를 직무 외 구조행위를 한 의상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장순욱)는 택시기사 A 씨가 “의상자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불인정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의상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서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을 구하다가 부상한 사람을 말한다.

택시기사 A씨는 2012년 2월 12일 오전 4시40분께 인천 남구 도로를 운전하다가 뺑소니 사고 장면을 목격, 피해자에게 가해 차량을 확인한 후 그 뒤를 쫓다가 부상했다.

뺑소니 운전자 B 씨는 면허취소 기준(0.1%)을 넘는 혈중알코올농도 0.124%의 상태로 4명이 타고 있던 승용차의 좌측 뒷부분을 들이받은 뒤 도주했다. 사고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승객들은 뇌진탕과 경추염좌 등으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신호를 기다리다 사고를 목격한 A 씨는 곧바로 뺑소니 차를 뒤쫓다가 사고를 당했다. 빠른 속도로 뺑소니 차를 쫓다가 방향을 잃고 공중전화 부스를 들이받은 것.

이 사고로 A 씨는 척수손상 등 상해를 입어 2013년 6월 척추장애 등으로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았다. 현장에서 달아났던 B 씨는 자택에서 검거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A 씨는 2013년 6월 “의상자로 인정해달라”며 보건복지부에 신청을 냈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듬해 12월 “구조행위로 보기 어렵고 A 씨의 중대한 과실로 다쳤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뺑소니 사고자를 체포하기 위해 추격하다가 다쳤다”며 “구조행위로 이를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며 이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 씨는 피해자에게 뺑소니 사고를 내고 도주한 차량을 확인하고 곧바로 택시를 운전해 뒤쫓았다”며 “범인을 체포해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급박한 위해에 처한 피해자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신의 직무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가해 차량을 추격한 것”이라며 “범인을 체포하려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척수 등을 다쳤다”고 밝혔다.

또 “무리하게 가해 차량을 뒤쫓은 것이 사고의 한 원인이 됐더라도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역방향으로 정지해 있던 가해 차량의 도주를 막기 위해 이 차량을 가로막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가해 차량이 도주를 포기하고 멈춰있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가해 차량이 다시 도주하면서 택시가 오는 방향으로 좌회전을 한 것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됐고 이씨가 이러한 돌발상황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의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법) 제3조 1항에 따르면, 강도·절도·폭행·납치 등의 범행을 제지하거나 그 범인을 체포하다가 다치면 의상자로 지정돼 지원을 받는다. 또한 자동차·열차, 그 밖의 운송수단 사고로 위해에 처한 타인의 생명·신체·재산을 구하다가 사망·부상한 경우도 포함된다.

하지만 구조행위(생명 또는 신체상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타인의 생명·신체·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와 관련 없는 자신의 중대한 과실 때문에 부상한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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