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1일 경희대 서울캠퍼스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4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PBF)’의 모습. 매년 PBF를 개최하는 경희대는 올 9월에도 세계적 지식인과 교육인이 한데 어우러지는 PBF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희대 제공“미래의 대학은 경제가치 외에 주력해야 할 분야가 많습니다.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빈곤과 질병, 소외와 인권, 자유와 존엄, 환경과 기후변화, 갈등과 폭력 같은 다양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또 이 모든 삶의 가치에 근본이 되는 정신적 풍요와 문화적 성숙을 이루는 데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올해 발간된 학생, 교수들과의 대담집 ‘내 안의 미래’에서 대학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이렇게 통찰했다. 조 총장은 “‘탁월성’하면 대체로 경쟁력을 떠올리지만 더 나아가 물어야 할 것은 그 탁월성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다”며 “그 탁월성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삶의 가치와 목표, 공적 기여를 위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다운 인간 양성의 산실
이는 창학 초기인 1950년대 중반부터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경희대의 정신과 일맥 상통한다. 경희대는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해 대학의 인문학 및 교양 교육에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마니타스란 로마 철학자 키케로의 표현에 따르면 ‘인간의 인간다움’을 뜻한다. 경희대는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탁월한 개인, 책임 있는 시민, 성숙한 공동체 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이에 더해 경희대는 최근 또 다른 변신을 시도 중이다. ‘함께하는 대학혁신 대장정’이 그것이다. 이는 대학의 교육과 학습, 연구와 실천, 행정과 재정, 그리고 인프라 등을 대대적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예컨대 경희대가 지난 학기부터 본격 시행한 ‘독립연구’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과제를 설정하고 직접 섭외한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과제를 수행토록 한다. 경희대 관계자는 “교육 패러다임을 ‘교육에서 학습으로, 일방향에서 양방향으로’ 바꿔나려는 것”이라며 “학생과 교수가 학습공동체의 파트너가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희대는 취업, 창업을 포함해 비정부기구 참여와 대안적 삶을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희 미래창조스쿨’을 준비하고 있다.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인문교양교육 바탕에 각 전공을 현실적으로 연계시키고 현장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경희대는 미래창조스쿨이 교육과 현실을 하나로 잇는 역동적인 과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희대는 학부 학생들에게도 개방하는 세계적 대학원 수준의 ‘문명전환 아카데미’도 기획하고 있다. 문명전환 아카데미는 현대 문명의 본질을 관통하는 흐름과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총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융합체계의 최고 단계 성취를 목표로 한다. 경희대는 “그간 세계적인 석학을 초빙해 ‘GC(Global Collaborative)’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데다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도 학내에 갖춰져 있어 더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래창조스쿨과 문명전환 아카데미는 문명사를 비롯해 미래학, 미학, 윤리학, 인지과학, 도시학 등의 교과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한다.
9월 세계평화의날 학술회의 지성인 집결
경희대의 혁신은 융·복합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2012년부터 추진해 온 바이오 헬스, 미래과학, 인류문명, 문화예술, 사회체육 등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가 하나하나 가시화되고 있다. 5대 클러스터는 국내외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대학, 연구소 등과 관산학연 협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국제캠퍼스 부지에 10만 평 규모의 첨단 연구개발(R&D) 단지를 조성하고 서울캠퍼스 인근 홍릉지역에는 바이오 헬스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단지가 들어설 계획이다. 또 학문단위를 새롭게 조직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크게 향상시킬 방침이다. 신지식, 신기술을 창출하는 연구역량도 국제적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평화주간’ 선포식에 참석한 학생들이 평화와 관련된 피켓을 들고 있다.경희대는 9월 뜻깊은 학술행사도 개최한다. 9월 21일부터 3일간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리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학술회의(Peace BAR Festival·PBF)’가 그것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유엔 세계평화의 날은 1981년 경희대 설립자 조영식 박사가 세계대학총장회(IAUP)를 통해 유엔에 제안한 것”이라며 “그해 11월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말했다. 유엔 세계평화의 날은 매년 9월 21일이며, 경희대는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하기위해 PBF를 개최해 왔다. 경희대는 “올해는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 날 35주년이라 그 의미가 더 깊다”고 설명했다.
이번 PBF의 대주제는 ‘지구 문명의 미래: 실존혁명을 향하여’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경희대는 세계 지성 및 한국 시민사회와 함께 문명사적 위기에 대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 구체적 실천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올해 열리는 PBF에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지성의 집합체인 로마클럽, 부다페스트클럽,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WAAS)의 주요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로마클럽은 1968년 이탈리아 기업가 아우렐리오 페체이와 스코틀랜드 과학자 알렉산더 킹의 주도로 출범한 단체다. 세계적 지식인, 전직 국가수반, 경제학자, 과학자들이 합류해 있다. 부다페스트클럽은 1993년 헝가리 출신의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이자 과학철학자인 어빈 라즐로의 주도로 결성됐다. 로마클럽과 함께 문화예술, 종교계의 지구적 기여를 촉구하고 있다.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는 아인슈타인 등의 주도로 1960년에 세워진 후 ‘세계대학(World University)’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희대는 “세계적 싱크탱크와 한국의 지성계를 연결해 고등교육 혁신의 진로를 구체화할 생각”이라며 “지성인과 교육인은 물론 종교인, 예술가, 시민운동가, 기업인, 정치인 등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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