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회장 재상고 포기 “병세 악화… 젓가락질도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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刑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제출
광복절 특별사면 포함 기대

CJ그룹이 18일 공개한 이재현 회장의 손, 다리 사진. 손발의 근육이 소실되는 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CMT)가 악화돼 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가 움푹 파였고, 종아리는 성인 남자의 것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늘어졌다. CJ그룹 제공
CJ그룹이 18일 공개한 이재현 회장의 손, 다리 사진. 손발의 근육이 소실되는 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CMT)가 악화돼 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가 움푹 파였고, 종아리는 성인 남자의 것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늘어졌다. CJ그룹 제공
이재현 회장
이재현 회장
지난해 12월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재상고했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했다. 유전병으로 인한 건강 악화가 심각해져 재판과정을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상고 취하로 이 회장은 더이상의 법적 절차 없이 기존 형이 확정되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실시하겠다고 방침을 밝힌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

19일 CJ그룹은 “이 회장의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더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며, 기업 총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생명권, 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재상고 취하 사유를 밝혔다.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구속집행 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 머물고 있는 이 회장이 사면 등을 통해 풀려나 본격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호소다. CJ그룹은 재상고를 취하하면서 이 회장이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형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제출했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이 회장의 건강상태는 현재 스스로 식사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됐다.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 병이 급속히 진행돼 발과 손의 변형이 심해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의 주치의인 김연수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최근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근육이 거의 소실돼 뇌중풍(뇌졸중) 환자처럼 손가락이 말리는 증상이 심해졌다”면서 “숟가락, 젓가락질을 못 해 스스로 식사하기 힘든 상태”라고 밝혔다. 또 이 회장의 발 역시 손처럼 안쪽으로 말리는 증상이 심해져 현재 부축 없이는 걷지 못하며 이로 인해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실제로 CJ그룹이 19일 공개한 이 회장의 손발 사진을 보면 손가락과 발가락은 구부러져 있고 종아리는 눈에 띄게 가늘어졌다. 이 회장의 종아리 근육량은 2012년 말보다 26%가량 줄었다. 김 교수는 “이 회장은 몸에 무리를 안 주면서 근육을 키우는 수중치료 시설, 무중력 트레드밀 등 전문시설을 갖춘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대병원에는 이런 시설이 없다.

또 키 168cm인 이 회장의 현재 몸무게는 52kg으로 2013년 8월 신장이식 수술 이전보다 8kg가량 줄었다. 부인으로부터 이식받은 신장의 거부 반응이 계속 나타나는 것도 문제다. 이식 거부 증세를 완화시키려고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다 보니 이 회장의 면역능력은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그만큼 감염 우려도 크다.

심리적 압박도 병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2013년 7월 횡령 배임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후 이 회장은 3년 동안 재판과 투병을 이어왔다. 지난해 8월에는 아버지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사망했다. 어머니인 손복남 여사는 이 회장이 파기 환송심에서 실형을 받은 이후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져 현재 주변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가족의 상황은 이 회장이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감, 무기력증에 시달리게 하는 원인이 됐다. 이 회장은 최근 “내가 이러다 죽는 거 아니냐, 살고 싶다”며 주변에 죽음에 대한 공포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 회장의 가족은 최근 재상고 취하를 적극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CJ그룹은 투자 규모가 위축됐고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연초 계획한 투자액 3조2000억 원 중 2조6000억 원만 사용했다. 2014년에도 투자 목표액은 2조4000억 원이었으나 실제 집행한 금액은 1조9000억 원이었다. 지난해와 올해는 그룹 차원의 투자 계획을 아예 세우지 못했다. 최근 CJ헬로비전 매각 무산에서 보듯 계열사 재편을 통해 문화 산업과 콘텐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오너가 있었다면 CJ헬로비전 매각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많아졌을 때 좀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이진한 기자 의사
#이재현#cj#재상고#광복절 특별사면#샤르코마리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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