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라면 안끓여”… 동료 선원 바다로 떠밀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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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파도속 떨어진 50대 실종… 30대 범인, 살려달라는 절규도 외면
선장이 신고… 살인혐의 구속

15일 오후 11시 반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도 앞 400m 해상에는 기상악화로 피항한 9.77t급 어선 S호가 정박돼 있었다. 선원 A 씨(34)는 7m² 넓이의 좁은 선실에서 잠을 자다 깼다. 배가 고팠던 그는 취침 중이던 동료 B 씨(51)와 C 씨(46)에게 욕설을 하며 깨운 뒤 ‘라면을 끓이라’고 했다. A 씨는 나이는 어렸지만 덩치가 커 B, C 씨에게 함부로 했다.

A 씨는 B 씨가 선실 밖으로 나가자 ‘빨리 라면을 끓이지 않는다’며 C 씨를 수차례 때렸다. 그는 이후 갑판 뒤쪽 화장실에서 나오던 B 씨를 보고 ‘라면을 왜 끓이지 않느냐. 죽여 버리겠다’며 손바닥으로 가슴을 3, 4차례 밀었다. 신장 185cm에 건장한 체격인 A 씨가 거세게 밀자 신장 160cm로 상대적으로 왜소한 B 씨는 바다에 떨어졌다. 당시 바다는 칠흑같이 어둡고 2m 높이의 파도가 일었다. A 씨는 B 씨가 허우적대며 ‘살려 달라’고 절규했지만 시커먼 바다로 떠내려가는 것을 지켜만 봤다.

C 씨 등이 비명을 듣고 갑판으로 나와 ‘무슨 일이냐’고 묻자 A 씨는 ‘모른다’며 시치미를 뗐다. 사고 소식을 듣고 자택에서 돌아온 선장(38)은 다음 날 오전 3시에 A 씨의 범행을 눈치채고 신고했다.

전남 목포해양경비안전서는 A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A 씨는 “B 씨에게 라면을 끓이라고 했는데 끓이지 않자 화가 났다. 평소에도 짜증을 나게 해 죽였다”고 자백했다. 폭력 전과 10여 범인 A 씨는 선원 7명 가운데 체격이 왜소한 B 씨 등을 괴롭혔다. 해경은 실종된 B 씨를 찾기 위해 3일 넘게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고 해역의 조류가 거세고 수심이 20여 m에 달해 숨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선원#라면#실종#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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