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남진 테마로 분위기 띄우고 젊은 상인 내세워 손님 지갑 열어
목포 자유시장, 광주 대인시장 등 시장별 특성 살려 지역 명소로 우뚝
‘남진 야시장’ 전남 목포시 산정동 자유시장에 매주 금·토요일 밤 개장하는 ‘남진 야시장’. 가수 남진의 이름을 딴 시장은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보고, 먹고, 즐기는 잔치판이다. 목포시 제공
“남진 씨 이름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요.”
1일 오후 8시 전남 목포시 산정동 자유시장. 날이 어두워지면 손님 발길이 뚝 끊기는 여느 시장과 달리 자유시장은 시끌벅적했다. 전세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시장으로 들어서자 스피커에서 가수 남진의 히트곡 ‘님과 함께’가 흘러나왔다. 환한 조명 아래 빨간 재킷을 입고 마이크를 든 커다란 남진 조형물 앞에서 관광객들은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낙지를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구운 ‘낙지호롱’을 먹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주상옥 자유시장 상인회장(64)은 “금요일, 토요일 밤이면 3000∼4000명이 찾아와 공연과 먹거리를 즐긴다”며 “시들했던 시장이 남진을 테마로 한 야시장으로 다시 살아났다”고 말했다.
○ 가수 테마로 흥 넘치는 야시장
지역 특색을 살린 야시장이 침체된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점포를 새롭게 꾸미고 스토리를 입히는가 하면 젊은 상인들을 내세워 손님 지갑을 열게 하는 등 쇼핑과 관광이 어우러진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남진 야시장은 자유시장 내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목포 출신 가수 남진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꾸며졌다. ‘T’자형 야시장 골목에 남진 벽화를 조성하고 곳곳에 남진 얼굴과 공연 모습 사진들을 내걸었다. 기존 시장의 220여 개 점포와 별도로 50여 개의 이동식 판매대에서 먹거리, 액세서리 같은 수공예품을 판매한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6∼10시에 개장하는 야시장은 항구도시답게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먹거리가 인기다. 문어꼬치, 홍어 등 지역 토속 음식은 물론이고 청년들이 파는 붕어빵 모양의 크루아상, 치즈구이, 닭강정도 맛볼 수 있다. 시장 한쪽에서는 1970, 80년대 음악다방처럼 DJ가 뮤직박스에서 음악을 틀어준다. 상인들은 야시장을 구경하러 온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장을 보는 경우가 많아 매출이 10∼20% 늘었다며 반기고 있다.
전남 순천시 아랫장은 3만3000m² 부지에 하루 이용객이 1만여 명에 이르는 오일장이다. 옥천교를 기준으로 남쪽에 위치해 ‘아랫장’이라고 불린다. 아랫장 야시장은 지난해 12월 개장했다. 매주 금·토요일 포장마차 20여 곳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팔고 구슬 공예, 도자기 빚기 체험을 진행한다. 전남 여수시는 수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 5월 ‘바이킹 야시장’을 개장했다. 금·토·일요일 오후에 8대의 이동식 판매대에서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 6개국의 대표 주전부리 등을 판매한다. 전남 화순군도 4월부터 매주 금·토요일 고인돌 전통시장을 야시장으로 꾸미고 있다. 천연 발효식초, 꽃송이버섯 등 특산품을 판매하고 노래 공연을 선보인다.
○야시장으로 화려해진 광주의 밤
4월 개장한 전남 화순 고인돌 전통시장 야시장에 매주 금·토요일 수천 명의 이용객이 몰리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화순군 제공광주 동구 대인시장은 쇠락하던 전통시장에 문화예술이라는 옷을 입혀 광주 전남 야시장의 롤모델이 됐다. 2011년 야시장 문을 연 이후 매주 토요일 1만여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젊은 예술가들이 300여 상점의 상인과 어울리며 그림과 공예, 조각 같은 작품을 팔거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남광주시장은 9월 1960년대 남광주역 기차를 모티브로 한 먹을거리 중심의 야시장으로 새롭게 바뀐다. 동구는 부산 부평깡통 야시장, 전북 전주 남부시장한옥마을 야시장 등 별명과 관광지를 조합한 다른 지역 야시장 이름을 참고해 ‘밤 기차 야시장’으로 지었다. 밤 기차가 정차한 남광주역의 경관과 광주의 대표 수산물 특화시장의 특성을 살려 먹을거리와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야시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장 내 220m 구간에 판매대 33개를 설치하고 광장 주차장에 푸드트럭 10대를 운영한다. 판매대는 야시장 주제와 어울리게 기차 모양으로 제작하고 통로에 밤하늘과 철길을 형상화한 미디어아트 경관 조명을 설치할 예정이다. 매주 금·토요일 해가 진 이후부터 밤 12시까지 문을 연다.
김성환 동구청장은 “문화 공연과 수공예품 중심의 대인 야시장과 달리 남광주 야시장을 아이디어가 넘치는 청년몰로 특화할 계획”이라며 “아시아문화전당을 찾는 관광객에게 특별한 경험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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