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상대 총장 임용 1순위 후보 사과 메일, ‘외압’ 암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6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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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차기 총장 후보로 추천됐던 교수가 교수들에게 사과 메일을 보내면서 ‘구성원의 소중한 의사(意思)와 대학의 자율을 지켜내지 못했다’고 표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남의 거점 국립대인 경상대 차기 총장후보로 뽑혀 임용을 기다리던 권순기 교수(57·공대 나노신소재공학부)는 최근 교수 800여 명에게 ‘총장 임명과 관련하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바로 직전 총장을 지낸 권 교수는 2월 23일 치러진 10대 총장 선거에서 1순위로 뽑혀 2순위였던 이상경 교수(60·자연과학대 화학과)와 함께 교육부에 추천된 상태였다. ‘구성원 참여형 간선제’인 당시 선거에서 후보별 득표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 교수와는 상당한 표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가 입수한 ‘교수님들께 엎드려 사죄드립니다’로 시작된 메일에서 권 교수는 “교수님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총장 임용 1순위 후보자로 추천을 받았으나 끝내 소중한 의사를 지켜내지 못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어 “직선제 정신을 반영한 총장 선출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교수회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주었다”고 전제한 뒤 “학내 외에서 벌어진 너무나 창피하고 불미스러운 사태들로 인해 결국 대학의 자율과 자존을 지켜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창피하고 불미스런 사태에 대해 구체적인 거론은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학의 자율과 자존’이 상처를 받게 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외부 세력’의 개입을 암시했다.

권 교수는 “이런 참담한 결과가 초래된 데에는 누구보다도 저의 책임이 크다”면서 다시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당당하고 반듯한 경상대를 만들고자 했던 저의 꿈과 날개가 꺾였지만 저를 지지해주신 교수님, 직원, 학생들이 있기에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권 교수의 메일 내용과 대학 주변의 소문을 종합하면 총장 선거 이후 권 교수에 대한 ‘음해’가 많았던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우세하다. 지역에서는 정치권 관련설도 나돌았다. 이런 영향 등으로 검증 과정에서 권 교수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먼저 교수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혀 후폭풍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권 교수는 6일 “(총장 임용과 관련한 최종적인 결정이 나지 않았으므로) 아직은 언급할 내용이 없다. 기회를 봐서 다음에 얘기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경상대는 권 전 총장 임기가 끝난 지난해 12월 17일부터 6개월째 정병훈 교학부총장이 총장 직무를 대리하고 있다. 노규진 경상대 교수회장(수의학과)은 “총장 선출 절차보다는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교수회 차원에서도 진상을 파악해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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