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할매 수녀들’ 스퇴거-피사레크, 고흥군민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6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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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16일 오후 3시 전남 고흥군 고흥문화회관에서 명예군민증을 받은 마리아네 스퇴거 수녀(82)는 미소를 띠며 이런 짧은 소감을 밝혔다. 또 소록도성당 김연준 신부가 오스트리아 요양원에 입원 중인 마르그레트 피사레크 수녀(81)를 대신해 명예군민증을 받았다.

소록도 천사 할매로 불리는 두 수녀는 오스트리아 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1962년 소록도에 들어와 43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보살폈다. 두 수녀는 2005년 ‘건강이 악화돼 환자들을 돌볼 수 없어 부담만 주는 것이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편지를 남겨놓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고흥군은 이날 명예군민증 수여식에서 스퇴거 수녀에게 ‘소록도에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여전히 ‘소록도에 짐이 되기 싫다’는 표정이었다.

고흥군은 17일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에 맞춰 소록도 천사 할매 수녀 2명을 비롯해 4명에게 명예군민증을 수여했다. 김혜심 원불교 교무와 설영흥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명예군민증을 받았다. 김 교무는 1970년대부터 소록도병원 약무사로 일하며 장학회를 설립해 한센인 자녀들의 학자금을 지원했다. 그는 현재는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설 부회장은 대학 1학년 때부터 소록도 간척사업과 허드렛일을 하며 봉사활동을 했다.

고흥군은 명예군민 4명에게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기념우표 100장과 증정패를 전달했다. 명예군민은 지역발전에 공로가 인정된 타 지역 출신사람들에게 주는 것으로 고흥군의 문화·관광시설 방문 때 각종 편의제공은 물론 행사 때 정중한 예우를 받는다. 박병종 고흥군수는 “인간성이 쇠퇴해 가는 요즘 세태에 비춰 봉사정신의 고귀함은 인류의 자산”이라며 “소록도가 지난 100년간 애환의 섬이었다면 앞으로 100년은 희망과 치유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록도에서는 국립소록도병원 100주년을 기념해 16일부터 18일까지 국제학술심포지엄을 비롯해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고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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