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독성물질(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농도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보다 무려 160배 이상 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버터플라이이펙트사가 제조한 세퓨는 단기간에 사망자 14명 등 27명의 피해자를 낳은 제품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 관계자는 13일 “세퓨의 독성물질 농도는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 제품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농도보다 4배나 많은 양”이라며 “시판 중인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 농도의 40분의 1 정도로 희석했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었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회사 대표가 오히려 4배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는 2008년 덴마크 케톡스사에서 수입한 PGH를 원료로 처음 세퓨를 제조했다.
과거 동업자가 컴퓨터 기기 세정 및 항균제 용도로 신고하고 수입한 40L 가운데 일부를 빼돌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했다. 결국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2년여간 판매된 세퓨는 업체 규모와 판매 기간에 비해 큰 피해로 이어졌다.
한편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현우 옥시레킷벤키저 전 대표(68)는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PHMG의 흡입독성 실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와 판매 책임이 영국 본사에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심사 직후 신 전 대표는 “변호인이 충분히 설명드렸다. 판사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많은 고통을 드리고 피해를 준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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