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지능’ 지적장애 소녀가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해 자발적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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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13일 10시 58분


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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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를 가진 13세 소녀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해 ‘자발적 성매매’를 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아이의 어머니는 “딸이 또래들보다 지적능력도, 상황판단능력도 현저히 낮은데 그게 어떻게 성매매가 되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13일 오전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난 A 양이 13세이던 2014년 가출했다가 성인 남성들에게 몹쓸 짓을 당했지만, 성폭행 피해자가 아닌 ‘자발적 성매매女’로 낙인찍히게 된 사연이 소개됐다.

IQ 67~70으로 지적능력이 7세 수준인 A 양은 당시 스마트폰 액정을 실수로 깨뜨리자 엄마에게 혼날까봐 두려워 집을 나왔다. 잘 곳이 없었던 A 양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재워줄 사람 구한다’라고 채팅방을 만들었고, 20대 남성 B 씨에게 유인당해 모텔에서 유사성교행위를 가졌다. 이후 A 양은 6명 이상의 남성과 성관계를 갖게 됐고, 가출 6일 후 인천의 한 공원에서 발견됐다.

A 양 어머니는 발견 당시 딸의 몸에서 악취가 났고, 정신이 반쯤 나간 듯 눈이 풀려 있었다며 “처음엔 날 못 알아봤다. 막 밀쳐내고 누구냐고 하더라”고 방송에서 말했다.

가출 기간 동안 A 양이 겪은 일은 끔찍했다. 첫 날밤 재워주겠다고 연락을 한 B 씨는 A 양을 모텔에 데려가 변태적인 성행위를 했다. A 양은 해당 행위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고, 정신적 충격과 엄마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이에 A 양은 계속 채팅 앱으로 재워줄 사람을 찾았고, 20대 남성 C 씨 등에게 연이어 몹쓸 짓을 당했다.

A 양의 어머니는 “(사건 후) 딸이 환청이 들린다고 했다. 두통으로 굉장히 고생했고, 한 번은 칼로 자해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A 양 가족은 B 씨 등 딸과 성관계한 남자들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과 검찰은 A 양을 모텔로 데려간 남성 7명을 성폭행이나 의제강간이 아닌 성매매 혐의로 각각 송치하고 기소했다. A 양이 만 13세가 넘었고, 남자들로부터 숙식 등의 ‘대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결국 B 씨는 벌금 400만 원, C 씨는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는 등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A 양 어머니는 “만 13세 이하가 되면 합의가 있든 없든 성폭행으로 인정되는데, 딸은 당시 만 13세 시점에서 딱 두 달이 지난 상태였다”고 말했다.

지적능력이 7세 수준인 A 양이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까?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렸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민사7단독(하상제 판사)은 A 양 가족이 C 씨를 상대로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 등을 요구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 양의 IQ가 70정도였다는 점 등에 비춰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부족하고, 더욱이 성적 가치관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4월 28일 서울서부지법 민사 제21단독(신헌석 부장판사)은 A 양 가족이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같은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A 양이 채팅방을 직접 개설하고 숙박 등 ‘대가’를 받았기 때문에, 의사결정 능력을 가진 자발적 성매매 여성으로 봐야 한다는 것.

A 양의 어머니는 “딸이 또래들보다 지적능력도, 상황판단능력도 현저히 낮은데, 그게 어떻게 성매매가 된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일 가슴이 아팠던 건 (딸의 성관계 상대가)다들 어른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를 단 한 사람도 집에 돌려 보내주지 않았다. 자기들의 성적 욕구 노리개로 이용하고 버렸을 뿐”이라며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자식인데 아무도 보내주지 않았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한편 노컷뉴스에 따르면, 십대여성인권센터와 장애인 기관 및 학부모단체 등은 최근 이 사건의 1심 판결을 규탄하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1인 시위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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