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6시 20분경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추풍령휴게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4.5t 화물차 운전자 김모 씨(48)가 한 승합차에 올라탔다. 승합차 운전석 앞 유리에는 식당 이름이 붙어 있었다. 김 씨를 태운 승합차는 곧바로 근처 요금소를 빠져 나가 1km 정도 떨어진 경북 김천시 봉산면의 한 식당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며 소주 1병을 마신 김 씨는 타고 온 승합차로 휴게소로 돌아온 뒤 곧바로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충북 영동군 황간휴게소까지 17km가량을 운전했다가 같은 날 오후 9시 5분경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79%였다.
김 씨가 승합차를 이용해 식당을 오가는 장면은 잠복 중이던 경북지방경찰청 교통조사계 직원들의 단속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경찰은 김 씨뿐 아니라 음주운전이 예상되는데도 버젓이 술을 판매한 식당 주인 권모 씨(54·여)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술을 판매한 업주가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형사 입건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지난달 24일 주류 판매자도 음주운전 방조범으로 적극 처벌하는 내용의 ‘음주운전사범 처벌 및 단속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경찰 조사 결과 권 씨는 승합차 ‘셔틀’까지 동원해 주로 화물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영업했다. 추풍령휴게소를 이용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은 식당에 전화하거나 휴게소에 대기 중인 승합차를 이용했다. 경찰은 이런 방식으로 술을 판매하는 식당이 주변에 3, 4곳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검경의 음주운전사고 처벌 강화 발표 뒤 음주운전자 차량을 몰수한 사례도 2건이나 나왔다. 지난달 27일 경찰은 경기 동두천시에서 교통사고를 낸 김모 씨(61)의 화물차를 몰수했다. 사고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8%였다. 김 씨의 차에 부딪힌 정모 씨(53·여)는 사망했다. 7일엔 충남 천안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19%의 상태로 운전한 김모 씨(32)의 승용차가 몰수됐다. 몰수된 차량은 국고로 귀속된다. 김 씨는 음주운전을 하다 보행자 양모 씨(50)를 사망케 하고 도주한 뒤 자수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