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판매 식당 업주’ 음주운전 방조 혐의 첫 입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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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6시 20분경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추풍령휴게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4.5t 화물차 운전자 김모 씨(48)가 한 승합차에 올라탔다. 승합차 운전석 앞 유리에는 한 식당 이름이 붙어있다. 김 씨를 태운 승합차는 곧바로 근처 요금소를 빠져나가 1㎞정도 떨어진 김천시 봉산면의 한 식당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식사와 소주 1병을 마신 김 씨는 타고 온 승합차로 휴게소로 돌아온 뒤 곧바로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충북 영동군 황간휴게소까지 17㎞가량을 운전했다가 같은 날 오후 9시 5분경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79%였다.

김 씨가 승합차를 이용해 식당을 오가는 장면은 잠복 중이던 경북지방경찰청 교통조사계 직원들의 단속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경찰은 김 씨 뿐 아니라 음주운전이 예상되는데도 버젓이 술을 판매한 식당 주인 권모 씨(54·여)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술을 판매한 업주가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형사 입건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지난달 25일 ‘음주운전사범 처벌 및 단속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주류 판매자도 음주운전 방조범으로 적극 처벌키로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권 씨는 승합차 ‘셔틀’까지 동원해 주로 화물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영업했다. 승합차가 수시로 손님을 태우고 추풍령휴게소를 오가며 요금소를 들락거렸지만 요금을 내지 않았다. 휴게소와 톨게이트가 가까워 예외적으로 차량 진입 후 10분 이내에 다시 나가면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추풍령휴게소를 이용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은 식당에 전화해 승합차를 부르거나 휴게소에 대기 중인 승합차를 이용했다. 경찰은 이런 방식으로 술을 판매하는 식당이 주변에 3, 4곳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검경의 음주운전사고 처벌 강화 발표 뒤 음주운전자 차량을 몰수한 사례도 2건이나 나왔다. 지난달 27일 경찰은 경기 동두천시에서 교통사고를 낸 김모 씨(61)의 화물차를 몰수했다. 사고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8%이었다. 김 씨의 차와 충돌한 보행자 정모 씨(53·여)는 사망했다. 이달 7일엔 충남 천안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19% 상태로 운전한 김모 씨(32)의 승용차가 몰수됐다. 김 씨는 음주운전을 하다 보행자 양모 씨(50)를 사망케 하고 도주한 뒤 자수했다. 두 가해자 모두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다.

대구=장영훈기자 jang@donga.com
정성택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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