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부정입학 실태를 조사한 교육부가 조사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일부 합격생들은 자기소개서에 법관 등 아버지나 친인척의 직업을 기재한 사실이 발견됐지만 교육부는 해당 학생에 대한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을 계획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전국의 모든 로스쿨 25곳의 2014~2016학년도 입학전형 6000여 건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마련한 입학전형절차를 잘 지켰는지, 전형 절차가 적정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로스쿨 설립 초기인 2009학년도부터 2013학년도 사이 입학생은 조사에서 제외됐다.
조사 결과 합격생의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직업, 공직, 신상을 기재한 사례는 24건이 적발됐다. 그 중 5건은 학생의 부모나 친인척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합격생은 아버지가 ‘○○시장’이라고 자소서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로스쿨 측은 사전에 응시생들에게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 직업을 자소서에 쓰지 말 것을 고지했으나 해당 학생은 이를 어기고도 합격처리됐다. 로스쿨 측이 사전에 기재금지를 고지했기 때문에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 사례다.
이에도 ‘외삼촌이 ○○변호사회협회 부협회장’, ‘아버지가 법무법인(로펌) ○○ 대표’, ‘아버지가 ○○공단 이사장’, ‘아버지가 ○○지방법원장’이라고 자소서에 쓴 뒤 합격한 사례도 4건이 있었다. 이들 모두 아버지나 친인척이 누구인지 특정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부모나 친인척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특정할 수는 없지만 고위직이거나 법조계 인사임을 알 수 있도록 기재한 사례도 19건 있었다. 이 중에는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가 대법관이거나, 시의원, 정부부처 공무원, 검사장, 판사 등을 지냈다는 내용이 자소서에 기재된 사례도 있었다. 이중 7건은 로스쿨이 응시생들에게 ‘기재금지’를 미리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한 사례다.
이 같이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입시과정에서 드러내 부정입학 소지가 있는 사례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해당 합격생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학적성시험, 학부성적, 영어, 서류, 면접 등 다양한 전형요소와 여러 평가위원의 평가가 반영됐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와 합격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외부 3곳에서 외부 법률자문을 받았으나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대학의 잘못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문제점 등 때문에 합격취소는 어렵다는 결론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해당 사례에 해당하는 법관이나 고위공직자가 누구인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위반된 사례는 해당 로스쿨이나 기관에 경고조치 등을 하는 선에서 이번 건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로스쿨이 기재금지를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합격생이 이를 위반해 부정행위 소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경북대, 부산대, 인하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로스쿨에 대해서는 전형의 공정성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기관경고와 관계자 문책을 하기로 했다. 응시생들에게 미리 기재금지를 고지하지 않아 전형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희대, 고려대, 동아대, 서울대, 연세대, 원광대, 이화여대 로스쿨에 대해서는 기관경고와 법학전문대학원장에 대한 주의조치를 하기로 했다. 이외 부정행위 사례는 없었으나 입시전형 운영에 문제가 있는 건국대, 영남대, 전북대 로스쿨에는 시정조치와 관계자 주의조치를 하고, 응시원서에 보호자의 근무처, 성명을 적도록 한 영남대와 전남대 로스쿨에 대해서는 기관경고와 관계자 문책을 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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