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한국법인 레킷벤키저 코리아(RB코리아)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제품을 시판매한 지 15년 만에 공식 사과하고 포괄적인 피해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성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서희석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은 이번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에 대해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한 회사의 기업 윤리나 사회적 책임은 다른 기업보다 훨씬 더 크고 엄격하다”고 지적한다.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인데 ‘수익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람의 생명은 어찌되어도 상관없다’는 윤리 의식을 가진 기업이 있다면 그건 시장에서 이미 존재가치가 많은 부분 상실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서 교수는 옥시가 뒤늦게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처한 것에 대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숫자가 몇 백만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일단 그런 점을 인정하게 되면 책임 문제가 상당히 심각했을 것”이라며 “사과를 하고 책임을 인정하면 뒷수습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지금까지 늦춰온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뒤늦게 사과를 한 건) 결국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불매운동까지 나서는 마당에 사과를 안 했다가는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생각까지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회사의 다른 물품까지 구매하지 말자는 강도 높은 옥시 불매운동에 대해선 “소비자 입장에서 사망자가 세 자리 숫자로 나온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의 제품을 신뢰할 수 없는 건 당연한 것”이라면서 “옥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 기업에 대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대형마트에서 옥시 제품 할인 행사를 진행한 것과 관련해 “‘생각이 짧았다’거나 ‘신중하지 못했다’는 변명으로 지나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동아일보DB
개인정보 712만 건을 보험회사 7곳에 판매해 148억 원의 이익을 챙긴 홈플러스 사건 등 기업 윤리에 어긋나는 일련의 사태가 우리나라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과 관련해선 “기업의 이윤만 생각하는 짧은 생각 때문”이라면서 “21세기에는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식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성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판단을 중지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을 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텐데, 그것마저도 안 하는 게 문제”라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것, 지극히 상식적인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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