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운호 게이트’ 법조계·공무원 로비의혹 집중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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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를 상대로 제기된 법조계 및 공무원 로비 의혹을 정면 돌파하기로 하고, 수사 단서를 집중 분석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정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과 관련한 핵심 브로커로 지목된 이모 씨(56)의 범죄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인력을 추가 투입해 이 씨의 차명 휴대전화 분석, 차명계좌를 이용한 자금흐름을 추적 중인 것으로 1일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이 씨를 출국금지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해왔다.

검찰은 일단 이 씨가 정 대표 측으로부터 받은 9억 원 안팎의 자금을 서울메트로 지하철 역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확장 등을 위한 로비에 썼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씨는 정 대표의 경찰, 검찰 사건을 변호한 검사장 출신 A 변호사, 서울메트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모 정치인과 고교 동문이다.

검찰은 100억 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정 대표로부터 “서울메트로 관련 대관(對官) 업무를 하던 이 씨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검찰은 이 씨가 특정 정치인과의 친분을 거론하며 로비를 시도한 정황도 살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가 2013, 2014년 진행된 경찰 수사 당시 일부 경찰 간부가 “정 대표 측에 화장품 대리점 운영권을 요구했다가 정 대표 측에 도리어 약점을 잡혔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검찰이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이 롯데면세점에 입점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로비 의혹도 살펴볼 계획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정 대표는 평소 직접 로비에 나서기보다는 측근이나 브로커를 이용해 로비를 시도하는 편이어서, (브로커 등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라며 “이 씨 등 브로커 신병 확보가 수사의 첫 단추”라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정 대표 전현직 변호인간의 폭로전으로 드러난 법조계 내부의 음성적 변론 행태의 진상을 조사 중이다. 정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다 해임된 최모 변호사 측은 정 대표가 1심 및 현 변호인단을 통해 재판부 로비 시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대표 측은 최 변호사가 정 대표 건 외에 투자자문사 I사의 사기 사건에서도 20억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고 맞불을 놓았다. 정 대표의 경찰, 검찰단계 변호를 맡은 검사장 출신 A 변호사에 대해선 일선 검사들 사이에 “사건 변호와 관련해 무리한 변론활동을 펼쳐 검찰 내부에 인심을 잃었다”는 뒷말까지 나온다.

한편 정 대표의 항소심 사건이 배당된 당일 지난해 12월 29일 첫 재판장인 L 부장판사와 저녁식사를 한 이 씨는 항소심 두 번째 재판장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로 나타났다. 이 씨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한 최고경영자포럼에서 통신기기 회장 명함을 들고 활동하며 법조계, 정계, 재계 인사들과 교류했다. 정 대표 측근에 따르면 이 씨는 L 부장판사가 사건 기피 신청을 해 재판부가 재배당되자 “(내가 힘을 써) S 부장판사에게 패스됐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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