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타고 놀려고”…‘딸키’로 오토바이 훔친 중학생 절도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2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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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하니 시동이 걸렸다. ‘딸키’라 불리는 마모된 키를 오토바이 키박스에 넣은 뒤 몇 차례 집어넣었다 뺀 것뿐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놀다가 기름이 떨어지면 버리고 다른 오토바이를 물색했다. 주유를 하러 갔다가 범행이 발각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아깝진 않았다. 또 훔치면 되니까. ‘딸깍’ 한 번이면 오토바이는 중학생 소년들의 손에 들어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송파구 마천시장 일대에 주차된 오토바이 9대를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중학생 절도범 8명을 불구속 기소해 29일 검찰 송치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동네 친구 사이인 이모 군(15), 김모 군(15) 등 8명은 1월 29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2달에 걸쳐 오금동, 거여동, 마천동 주변 노상에서 오토바이 9대(1212만 원 상당)를 훔쳤다.

중학생 소년들이 9대의 오토바이를 훔치는데 필요한 것은 단 하나였다. 모서리가 마모된 오토바이 키. 일명 ‘딸키’라 불리는 이 키는 키박스에 열쇠가 대충 맞아도 집어넣었다 빼며 흔들면 시동이 걸렸다. 키박스가 허술한 오토바이 기종은 더 쉽게 시동이 걸렸다. 이 군 일당은 키박스가 허술하다고 알려진 F사의 오토바이를 집중적으로 훔쳤다. 이들이 훔친 8대 중 5대가 F사 오토바이였다.

지난달 30일 오전 2시경 송파구 마천동 부근 노상에 자신이 주차해놓은 시가 190만 원 상당의 오토바이가 없어진 것을 안 오모 씨(48)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아이들의 절도는 끝이 났다. 경찰은 폐쇄회로 (CC)TV 분석을 통해 한모 군(14)을 특정한 뒤 한 군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 받고 나머지 7명을 차례로 검거했다.

이 군 일당 8명 중 세 명은 특수절도 전과가 있다. 이전에 훔친 것도 오토바이였다. 이 군 일당은 경찰조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놀려고 예전부터 갖고 있던 ‘딸키’로 오토바이를 훔쳤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수법이 간단해 문제의식 없이 절도를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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