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첫 공식 사과 “선제적 책일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1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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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깊이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고개를 숙이자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번쩍였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 도중 4차례 고개를 숙이며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14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발생한 2011년 이후 5년 만의 첫 판매사 공식 사과였다.

정부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PB) 제품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폐섬유화 등의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은 22명에 이른다. 생존자를 포함한 전체 피해자 수는 61명으로 추산된다.

롯데마트는 이날 100억 원 이상의 보상기금 마련을 골자로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보상대책을 내놨다. 김 대표는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자체 피해보상 전담 조직을 만들고 피해보상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이미 피해보상 전담 인원 구성을 마쳤으며 곧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을 선정해 보상 기준 마련에 착수한다. 실제 보상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다음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과 및 보상 결정은 사실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종 결정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부터 구체적인 사과 발표 방안을 실무 검토해 왔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신 회장은 김 대표가 최종 내용을 보고하자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뒤에 숨지 말라. 책임질 것이 있으면 선제적으로 나서라”고 지시했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사의 첫 사과가 나왔지만 유가족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단 하루라도 먼저 사과했어야지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이번 공식 사과 기자회견 전에 피해자들을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피해 여부 확인이 어려웠다는 이유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며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점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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