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설현 어디있지?” 투표하고 포스터 찾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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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13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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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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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리 설현’은 어디 있지? 인증샷 찍어야 하는데.”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내 투표소. 투표를 마친 4명의 20대 청년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무언가 찾고 있었다. “포스터가 있다던데… 일단 그걸 찾아보자.”

이들은 4·13 총선 투표 후 자신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인증tit을 위해 걸그룹 AOA 멤버 설현 사진이 들어간 선거 포스터를 찾고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달 초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홍보대사에 설현을 위촉한 뒤 그의 모습을 담은 각종 포스터나 입간판을 시내와 투표소 인근에 설치했다.

설현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해당 포스터들이 화제가 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투표 뒤 설현 선거 포스터와 함께 사진을 찍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 대학생 김모 씨(26)는 “설현 포스터 옆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이 대세”라며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는 여당도 야당도 아닌, 설현이란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설현 이미지를 활용한 것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미 8, 9일 사전투표에 참여한 후 설현 선거 포스터나 현수막 앞에서 인증샷을 올리는 사진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선거 현수막 속 설현과 어깨동무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주부 홍모 씨(68)는 “설현을 잘 몰랐는데, 국회의원 선거 홍보모델로 곳곳에 포스터가 붙어 누구인지 궁금해 검색 해봤다”고 말했다.

총선 홍보 광고 영상 ‘설현의 아름다운 고백’ 편이 여성 비하와 성차별 논란을 일으킨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 영상에서 설현은 “언니, 에센스는 꼼꼼하게 고르면서… 4월13일 아름다운 선택 기대해요”라며 여성 유권자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한다. 여성을 정치에는 관심 없고 화장품과 외모에만 신경 쓰는 존재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선거 홍보물에 대한 사람들의 집중도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

선관위가 연예인을 선거 홍보모델로 쓰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16대 대선(2002년) 홍보대사로는 가수 장나라가 위촉됐다. 17대 총선(2004년)에는 월드스타로 급부상하던 가수 비, 18대 총선(2008년)에서는 걸그룹 ‘원더걸스’, 19대 총선(2012년)에서는 ‘달인’ 연기로 성실성을 인정받은 코미디언 김병만 씨가 홍보대사를 맡았다.

반면 연예인들이 투표 후 올리는 인증샷은 예전만큼 화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가수 이효리, 걸그룹 ‘여자친구’ 예린 등 여러 연예인들이 이날 투표 후 인증샷을 자신의 SNS에 올렸지만 과거처럼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8. 9일 사전투표 때 이미 설현, 가수 전효성 등 많은 연예인이 투표 후 인증샷을 올려 이미지 효과를 선점한데다 투표 인증샷이 홍보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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