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사칭해 모의고사 출제 학원 알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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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침입 공시생, 지역 응시자 선발시험부터 부정
직원 자리 비운 틈타 문제-답지 슬쩍… 해당 학원은 도난 사실조차 몰라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한 공무원시험 응시생 송모 씨(26)가 ‘예선전’ 격인 지역응시자 선발시험부터 치밀하고 대담하게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송 씨가 대학 응시자 선발시험에 사용된 공직적격성평가(PSAT) 모의고사 문제지를 훔치기 위해 교직원이라 사칭했다고 10일 밝혔다.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시험은 각 대학의 추천을 받아야 응시할 수 있는데, 송 씨가 다닌 제주 A대학은 PSAT 모의고사 결과로 최종 응시자를 선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 씨는 1월 초 시험을 앞두고 인터넷에서 모의고사를 출제하는 5개 사설 학원을 찾아냈다. A대학이 어느 학원의 문제지를 쓰는지 몰랐던 송 씨는 5개 학원에 모두 전화해 “A대 교직원인데 우리 학교 학생이 시험에 많이 합격해야 한다”며 운을 띄웠다.

그중 서울 M학원 측이 “모의고사 실시 후 각종 통계를 제공하겠다”고 답하자 송 씨는 1월 8일 M학원을 찾아가 문제지와 답안지가 보관된 위치를 사전 답사했다. 그리고 이틀 뒤 점심시간에 직원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문제지 1부와 정답지 2부를 훔쳤다. 학원은 시험지를 포장하지 않고 매수를 확인하지도 않아 도난당한 사실을 몰랐다. 송 씨는 훔친 시험지를 참고해 같은 달 23일 모의고사에서 A대학 1등에 올라 결국 추천을 받았다.

경찰은 2월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5차례 청사에 침입해 공무원 필기시험 결과를 조작한 혐의(공전자기록 변작 등)로 구속된 송 씨를 기소 의견으로 늦어도 14일경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사혁신처에 제출한 학과 성적과 TOEIC,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은 조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교직원#사칭#청사침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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