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휴지통]“앗! 스마트폰에 저장된 수배범… ” 쉬는 날 절도범 잡은 신참경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1일 낮 12시40분경 서울 송파구의 한 은행. 쉬는 날을 맞아 볼일을 보러 온 서울 강남경찰서 삼성2파출소 진승오 순경(26)이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부스스한 머리에 반바지를 입은 사내가 매우 낯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은행 안을 두리번거리던 사내는 그 사이 은행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 스마트폰 사진.’ 순간 진 순경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기억. 이 사내는 얼마 전에 본 폐쇄회로(CC)TV 영상 속 A 씨(45)였다. A 씨는 지난달 21일 강남구의 한 우편취급국에 들어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마련해놓은 모금함을 통째로 들고 도망갔던 인물. 바로 쫓아나간 진 순경은 A 씨를 붙잡고 “모금함을 훔친 사람 맞느냐”고 추궁했다. “증거라도 있느냐”며 발뺌하던 A 씨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는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진 순경은 이 사건을 맡은 선배 경찰이 확인하던 CCTV 영상을 어깨너머로 보다 A 씨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지난해 10월 임용된 진 순경은 수배 중인 용의자들의 사진 수십 장을 스마트폰에 담아두고 짬이 날 때마다 확인해왔다. 진 순경은 “선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용의자들의 얼굴을 스마트폰에 담아뒀던 게 실제 범인 검거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강남경찰서는 A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경찰에 “노숙생활을 하다가 생활비가 없어 모금함에 손을 댔다”고 말했다.

이호재기자 ho@donga.com
#스마트폰#수배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