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신고 뒤 대출사기… 국세청 뒤통수 친 조폭

  • 동아일보

유령회사 인수해 분식회계… ‘年매출 100억’ 법인세 자진신고
국세청 발급 재무제표로 68억 대출

유령회사를 인수해 연 매출액이 100억 원대인 것처럼 꾸며 국세청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은행 대출금을 타낸 조직폭력배 사기단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사기단을 상대로 신고하겠다며 협박해 돈을 뜯어낸 또 다른 조직폭력배도 함께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실적이 없는 회사를 사들여 국세청에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기한 후에 신고하는 방법으로 은행 11곳에서 총 68억 원의 대출 사기를 벌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인천 부평식구파 박모 씨(40) 등 7명을 적발해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세무사 행세를 하며 사기단에 허위로 재무제표와 납세증명서를 꾸며 제공한 조모 씨(48)를 구속 기소하는 한편으로 월 200만 원을 받고 조 씨에게 명의를 대여한 현직 세무사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 조사 결과 박 씨 등은 국세청의 허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금융기관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심사할 때 국세청에서 발급한 재무제표나 세무사의 확인서가 첨부된 재무제표를 제출하면 공신력이 있다고 판단해 별도의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출해준다는 점을 악용했다.

사기단은 납입자본금이 높고 설립한 지 5∼10년이 되는, 등기부상으로 건실하지만 실적은 없는 기업을 물색해 미리 사들였다. 국세청에는 과거 3년간 연 매출액이 100억 원대인 것처럼 속인 뒤 실제로 세금을 자진해서 일괄 또는 분납했다. 새로운 세원 발굴을 기대했던 국세청은 허위로 작성된 실적인지도 모르고 재무제표를 내주고 당한 셈이 됐다. 사기단은 이렇게 얻은 국세청의 서류와 가짜 세무사가 도장을 찍은 확인서를 토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은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겠다며 사기단을 협박해 75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폭력 조직과 연계된 지모 씨(48)를 구속 기소하고 범행에 가담한 다른 폭력 조직원들을 쫓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세금#대출사기#유령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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