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초연결사회의 ‘보안열쇠’ 우석대 정보보안학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1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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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교수가 보안전자상거래 수업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백유진 교수가 보안전자상거래 수업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컴퓨터에 친숙하고 호기심과 끈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학생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이곳에서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는 정보보안전문가의 꿈을 이룰 수 있다.”
디지털 기반으로 모든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초(超)연결 사회’가 도래하면서 정보보안의 중요성은 날로 커져만 간다. 그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우석대 정보보안학과의 당찬 일성(一聲)이다.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시대를 맞아 금융 생태계는 숨 가쁜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시대를 넘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기술을 앞세운 초연결 시대가 온 것이다. 당장 올 하반기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에 따라 정보보안이 핀테크의 성공을 가름할 열쇠로 떠올랐다.

백유진 정보보안학과 교수(학과장)는 “정보통신기술(ICT)이 가져다주는 편리함 이면에는 해킹 사고와 전자 금융사기, 이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 학과는 시스템·네트워크·모바일 분야의 정보보안 전문가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졸업생들은 해킹 사고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사고를 예방하고 범죄자를 추적하는 역할 등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2006년 문을 연 이 학과의 교육 비전과 목표는 무엇일까. 백 교수는 “융합교육을 통해 상황대처 능력이 뛰어나고 현장실무능력이 있는, 무엇보다 봉사정신이 투철한 정보보안 전문인력 양성”이라고 강조했다. ‘봉사정신’을 앞세우는 게 남다르다고 하자 “대부분의 보안사고가 내부자들의 정보 유출로 일어난다. 봉사정신 함양을 통해 보안 담당자로서의 책임 의식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과정은 한마디로 ‘빡세다’. 창조경제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정보보안산업의 수요에 걸맞은 현장 실무인재를 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 취업 아카데미’ 과정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은 정보보안에 특화된 포렌식 장비를 갖추고 산업체 전문가와 함께 좀 더 깊이 있는 정보보안기술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1학기와 여름방학 때 운영한다. 대학 3, 4학년들은 학기마다 정보통신기술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현장실무기술을 익힌다. 이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된다. 이들은 보안기술병, 보안의무경찰과 같은 보안 관련 분야에서 군복무를 하거나 졸업 후 보안 분야에 취업한다.

교육과정을 들여다보자. 1학년은 ‘컴퓨터의 이해’ ‘C프로그래밍기초’, 2학년 ‘정보보안기술(암호기술)’ ‘인터넷보안’, 3학년 ‘보안데이터베이스서버1’ ‘웹프로그래밍보안’ 등을 배운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4학년 커리큘럼. ‘컴퓨터포렌식스’ ‘모바일보안’ ‘침입차단 및 탐지’ ‘해킹 및 바이러스 대응’ ‘정보보안프로젝트’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해커들의 공격을 방어할 인재를 키우기 위한 과목들이다.

우석대 정보보안학과 학생회 회의 모습
우석대 정보보안학과 학생회 회의 모습
학생들의 최대 관심은 단연 취업. 2011년 83.2%, 2012년 71.4%, 2013년 83.3%, 2014년 90.0% 등 매우 높은 편. 취업의 질 역시 좋다.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지역정보개발원 등 공공기관, 행복나라 등 로펌, 안랩 이글루시큐리티 SK인포섹 KT 아이티스테이션 등 정보보안업체에 진출한다. 보안 관련 심화 과정을 익히려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도 늘어나는 추세. 또 다른 트랙도 생겼다. 사이버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경찰은 2003년부터 전산 관련 분야의 학위자로서 2년 이상 경력자, 정보처리 관련 자격증 보유자로 3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사이버 경찰 공무원’을 채용하고 있다. 올 3월엔 34명을 선발한다.

양재옥 씨(2학년)와 임은비 씨(4학년)는 ‘디지털 포렌식 수사관’이 되려는 꿈을 갖고 있다. 이들은 전공동아리 ‘APS’에서 보안 관련 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하는가 하면 정보보안기사 자격시험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양 씨는 고 2때 이 학과의 체험행사장을 찾았다가 강사의 디지털 포렌식 시연 광경에 마음을 뺏겨 이 학과에 진학했다.

우석대 정보보안학과가 높은 취업률을 이룬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보보안 전문가가 되겠다는 학생들의 꿈과 도전정신, 교수들의 열정, 학교의 뒷받침이 어우러진 결과다. ‘멘토링’사업과 ‘현장 실무 체험’, ‘청년취업 아카데미’ 프로그램 등이 그 중심에 있다. 멘토링 사업은 졸업생과 재학생 3¤5명이 팀을 이룬 뒤 멘토를 맡은 졸업생이 재학생을 이끌어나가는 제도. 팀원들은 주기적으로 만나 기업 등에서 원하는 실무 기술을 익힌다. 이 학과는 현재 6개의 멘토링 팀을 운영 중이다.

1, 2, 3지망 모두 이 학과를 선택했다는 이방훈 씨(3학년)는 “2학년 2학기 때 ‘선후배 멘토링’을 통해 비로소 보안컨설팅 분야 전문가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이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는 정보처리기사와 정보보안기사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하고 졸업 후엔 보안이 취약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기술을 나눠주는 삶을 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학과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교도 팔을 걷어붙였다. 채용박람회 참가지원, 창업캠프와 창업 경진대회 시행, 토익시험 응시자 전형료 지원, 인성 적성 및 직무능력검사, 입사지원서 경진대회 등 학교 차원의 진로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과는 10개의 가족 회사를 두고 있다. SK인포섹(주), (주)에스아이에스티(서울), (주)트리티움, (주)한국정보통계(전북), 블루웨이브텔(주), 코메스타(대전), (주)윈스테크넷 등이다. 학생들은 이들 기업체에서 현장 실습을 통해 실무 능력을 쌓는다. 그뿐 아니다. 기업체 대표가 직접 강의하기도 한다. 이성원 아이제론 대표는 4학년 전공선택 과목인 ‘컴퓨터포렌식스’를 4년째 가르치고 있다. 백유진 교수는 “앞으로도 많은 정보기술(IT) 기업과 가족회사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진도 쟁쟁하다. 교수진은 7명(전임교수 5명, 시간강사 2명). 네트워크보안(조태남 교수), 시스템보안(윤여창 교수), 암호기술(백유진 교수), 게임보안(이진선 교수), 보안프로그래밍(최숙영 교수) 등 대부분 컴퓨터와 정보보안 관련 전문가다. 인상 깊었던 교과목을 알려달라고 하자 2학년 양재옥 씨는 백유진 교수의 ‘C프로그래밍기초’를 꼽았다. 기초적인 코드를 알려주고 그 코드를 이용해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했다. 3학년 이방훈 씨는 최숙영 교수의 ‘객체지향프로그래밍 활용’이라고 했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학생들끼리 설명하고 이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용어와 개념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는 것.
이 학과는 대학원 과정이 없다. 실망하거나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교수들이 대학원생 지도에 정신을 빼앗길 필요 없이 외부 연구개발(R&D) 과제 수행을 학부생들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교수들과 함께 논문과 특허를 공동작성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 이를 통해 자료수집과 깊이 있는 연구, 보고서 작성과 발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정보보안학과의 정원은 40명(정원 외 2명). 수시에서 35명, 정시에서 5명을 뽑았다. 수시 경쟁률 4.97 대 1, 정시경쟁률 3.53 대 1. 대부분 전북에 있는 고등학교 출신이지만 수도권 출신도 10%나 된다. 남학생과 여학생 비율은 8 대 2.

장학금도 풍부하다. 2015학년도 장학금 수혜율은 66%이며 학생 1인당 수혜액은 150만 원 정도. 한 학년 3명이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는다. 이 밖에 교내 근로 장학생, 특성화 프로그램 장학금이 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우석챔프’라는 제도도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학생들의 실적에 마일리지를 부여해 취득한 마일리지에 따라 장학금을 주는 것이다.

수시 면접에서 주로 하는 질문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교수는 “어떤 경로로 우리 학과에 지원했는지, 졸업 후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묻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현재 정보보안산업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미래는 밝다. 호기심과 끈기, 무엇보다 긍정적 창의적인 마인드를 가진 학생이면 자신의 미래를 걸어볼 만한 매력 있는 분야다.”

손진호 전문기자 song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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