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세탁기에 숨고 부인은 아픈 척”…고액 체납자 ‘천태만상’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3월 18일 14시 26분


코멘트
“38세금조사관들이 방문했을 때 마누라는 아프다고 쇼를 하고 난 세탁기에 숨어 있었다. 이런 바보 같은 조사관들이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체납 기간이 10년인데 앞으로도 계속 납부하지 않을 거다.”

한 고액 체납자가 서울시 38세금징수과의 가택 수사를 피했다며 포장마차에서 자랑스럽게 떠들었다는 대화 내용이다.

시 38세금징수과 안승만 조사관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고액 체납자 A 씨의 가택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겪은 황당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안 조사관은 “남편(A 씨)이 체납자인데, (집에 있는 사람이) 이혼한 배우자(B 씨)였다. 그 여자 분이 너무 아픈 환자 같이 보였다. 너무 아파 보였기 때문에 그냥 기본 조사만 하고 철수를 했다”고 운을 뗐다.

그런데 그 다음날 사무실로 해당 사건과 관련한 제보가 들어온 것. 제보자는 “포장마차에서 들은 얘기인데 웬 남자가 자랑스럽게 얘기하더라”면서 A 씨가 가택 조사 당시 세탁기 안에 숨어있었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조사관은 다시 A 씨의 집을 수색하기 위해 출동했다. 하지만 A 씨의 전 부인인 B 씨가 또 다시 아픈 행세를 했다는 것.

안 조사관은 “‘남편이 어디 있느냐’ 하니까 이혼한 것도 서러운데 제발 좀 남편 좀 찾아달라고 그렇게 저희한테 역정을 내더라. 그래서 제가 얘기를 했다. ‘찾아준다고’. (웃음) 그래서 계속 수색을 하다 보니 아파트 베란다 벽장 있지 않느냐? 그걸 당기니까 웬 남자가 반바지 바람으로 튀어나오더라. 겨울이었는데”라고 전했다.

안 조사관은 고액 체납자들 중 이러한 비양심 체납자가 대부분이라며, 화장실에 엎드려 있거나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 회장과 면담한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체납액이) 몇 십억, 몇 백억 되는 그런 체납자다. 금고를 갖다 열게 해 보니까 시가로 1억 원이 넘는 고급시계가 있었고, 현금도 거의 1800만 원 정도 나왔다”고 말했다.

안 조사관은 반면 진짜 사업을 하다가 실패했거나, 가족 중 누군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경우 등 안타까운 사례들도 있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결손처분(일정한 사유의 발생으로 인하여 부과한 조세를 징수할 수 없다고 인정될 경우에 그 납세의무를 소멸시키는 징세관서의 처분) 제도를 통해 재기를 돕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15일 1000만 원 이상 시세 체납자 중 고가의 대형 아파트에 사는 호화생활자나 전 기업 대표 등 사회저명인사 8명의 가택을 수색하고 귀금속 등 동산을 압류했다. 시 38세금징수과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한다’는 목표에 따라 가택수색과 동산압류 외에 검찰고발, 출국금지, 명단공개 등 다양한 조치를 병행해 자발적 납부를 유도할 계획이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