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캠퍼스 140명 직접 고용 전환… 청소용역 근로자 처우개선 나서
여수캠퍼스 40명은 4월부터 적용
7일 광주 북구 용봉로 전남대 내 중앙도서관 전자신문 열람대에서 김은순 씨가 청소를 하고 있다. 김 씨 등 광주캠퍼스에서 일하는 용역업체 근로자 140명은 이달 1일 대학 정규직 직원이 됐다. 박영철 기자 shjung@donga.com
“학생들이 ‘이모님, 축하해요’라는 인사를 건넬 때 ‘이제 정식 직원이 됐구나’ 하고 실감이 납니다.”
전남대 중앙도서관 별관에서 청소를 맡고 있는 김은순 씨(60·여)는 요즘 일하는 게 즐겁다. 무거운 청소 도구를 들고 4층짜리 건물을 하루에도 수없이 오르내리지만 그리 힘든 줄 모른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따뜻한 커피라도 건네주면 없던 힘까지 난다. 올해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한 지 5년째. 일주일 전만 해도 김 씨의 신분은 용역 근로자였다. 일터는 학교였지만 용역업체와 1년 단위로 고용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이었다.
김 씨는 설 명절을 앞둔 지난달 4일 전남대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 교내 청소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 근로자 180명 전원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키로 했기 때문이다. 김 씨 등 광주캠퍼스에서 일하는 근로자 140명은 이달 1일 꿈에 그리던 정규직 직원이 됐다. 이들의 직함도 환경미화원에서 환경관리원으로 바뀌었다. 김 씨는 “지난해 국민연금이 체납될 정도로 용역업체 사정이 어려워 이러다가 직장을 잃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는 그런 걱정 없이 정년까지 일하게 됐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지만 대학의 구성원이 됐다는 게 너무 가슴 벅차다”며 환하게 웃었다.
여수캠퍼스 근로자 40명은 다음 달 1일부터 직접 고용으로 바뀐다. 올해로 12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해 온 오덕순 씨(54·여)도 그중 한 명이다. 학생회관에서 일하는 오 씨는 여느 용역 근로자처럼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1∼2년마다 용역업체가 교체되고 방학 때면 근무 형태가 순번제로 바뀌면서 두 달 반을 쉬어야 했다. 고무장갑과 걸레가 손에서 떠날 날이 없을 정도로 고되지만 ‘언젠가는 정규직이 되겠지’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박봉이지만 두 딸을 대학 졸업까지 시켰다. 이런 직장마저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열심히 일했다. “정규직으로 바뀐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들끼리 얼싸안고 울었어요. 교직원들도 이제 한식구가 됐다며 반겨줘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오 씨는 “한동안 흥분돼서 일손이 잡히지 않더라”며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남대와 민주노총 광주지역 일반노조, 한국노총 전남대 용역노조 등은 청소 용역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을 위해 꾸준히 대화를 나눴다. 이런 노력이 직접 고용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전남대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등록금이 올해까지 7년째 동결 또는 인하되고 입학 정원마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을 늘린다는 게 부담이었다. 노무 관리에 별도 인력이 필요하고 행정 수요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병문 전남대 총장은 “대학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막중한 만큼 이 문제를 풀고 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학교와 근로자가 서로 신뢰하며 상생의 노사관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용 안정 등을 주장하며 쟁의까지 벌였던 근로자들도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임옥순 일반노조 전남대 한우리지회장(62·여)은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2년 전부터 돈을 모았다”며 “올해 4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여수캠퍼스 근로자들은 지난해 6월 교내에서 폐지와 헌 책 등을 모아 판매한 돈으로 대학발전기금을 기탁했다. 이들은 지난해 400만 원을 내놓았고 올해는 200만 원을 전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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