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하위권 맴돌던 인천교육 확 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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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청 역량중심 진학지원 성과… 학생부전형 합격자 전국 3위 기염
헌신적인 교사들 열정도 한몫… 2016년은 100개大로 입학설명회 확대
면접 모의전형 등 다양한 지원 펼쳐

지난해 10월 말 대학수능시험을 앞두고 인천 학익여고를 방문해 수험생을 격려한 이청연 인천시교육감(가운데). 그는 “대학 진로 및 진학 지도가 과거의 방식이나 방법에 머물러 있어서는 절대로 올바른 지도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지난해 10월 말 대학수능시험을 앞두고 인천 학익여고를 방문해 수험생을 격려한 이청연 인천시교육감(가운데). 그는 “대학 진로 및 진학 지도가 과거의 방식이나 방법에 머물러 있어서는 절대로 올바른 지도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전국 최하위권에서 맴돌던 인천 교육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서울대 등 최상위권 대학과 수도권 주요 대학의 합격률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전국 상위권의 성적을 거둔 것이다.

3일 유은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 일산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받은 수도권 대학의 최근 3년간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자 분석에 따르면 인천은 학생부종합전형합격자 점유율에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3위의 성적을 냈다. 인구 대비로 따지면 전국 2위다.

미래형 인재 선발의 필요성을 느낀 주요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인원을 늘리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란 잠재력과 창의성을 가진 지원자를 입학사정관이 다양한 서류와 면접 등을 통해 선발하는 전형이다. 점수 위주의 평가에서 역량 중심의 질적 평가로 대학 입시의 프레임이 바뀌는 추세를 보여 주는 전형이다. 2016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정원은 6만7631명으로 2015학년도에 비해 8347명이 늘었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양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 등 서울 소재 10개 대학에 진학하는 인천 출신 학생은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1661명에서 2015년은 1834명, 2016년에는 1974명으로 해마다 100여 명씩 합격자가 늘었다. 이들 대부분은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입학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KAIST, 의·치·한의대, 경찰대, 사관학교 등 이른바 상위권 대학의 수시 합격률도 2015년 911명에서 2016년 929명으로 18명이 늘어 2.8% 증가했다. 이는 2014년 746명과 비교하면 무려 32.6%(178명)나 늘어난 것이다.

인천 교육이 이처럼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인천시교육청이 역량평가 중심의 대입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고 진학 지원과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우선 진학 지도와 입시 지원의 틀을 과감하게 바꿨다. 학교별로 열리던 입학설명회를 지난해부터 교육청이 통합해 매주 토요일 개최했다. 휴일에 입학설명회를 열었더니 학부모 참가율이 높아졌다. 지난해 88개 대학의 입학사정관을 강사로 초청하자 2만2000여 명의 학부모와 학생이 참가했다. 입시 지도 전문가인 ‘마중물’ 교사들을 중심으로 진로 진학 관련 일대일 ‘대면 상담’을 실시했다. 상설 진로 진학 특강도 26회나 열었다.

일선 교장과 교감을 대상으로 ‘창의 공감 미래형 학력 신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세미나를 열어 새로운 입시 전형을 이해하고 일선 학교에서 우선 대응하도록 했다. 인천시교육청 진로진학팀 이병욱 장학관은 “올해는 100개 대학으로 입학설명회를 확대하고 예체능 수험생을 위한 입시설명회도 개최한다”며 “30개 대학을 초청해 5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면접 모의전형을 치르는 진학 지원을 펼친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학생부종합전형의 성공 뒤에 인천 지역 일선 교사들의 열정과 희생, 관심이 있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경시대회 등 교육과정 밖의 활동보다는 정규 교육 과정 안의 교과 수업과 수행 평가에 힘을 쏟았다. 창의공감형 수업을 통해 미래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다양한 토의와 토론, 프로젝트 수업 외에 다양한 동아리 활동, 자치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인천의 교육 현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3월 새 학기부터 인천의 학교 정문에서는 선도부 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소지품이나 복장을 검사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선도부뿐 아니라 비슷한 명칭으로 존재하는 학생 조직도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성격이 있는 운영 방식을 개선하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인천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한 이청연 인천시 교육감은 학생들에게서 “매일 아침 등굣길 교문에 서 있는 선도부로 인해 학교 가기가 무섭고 힘들다”는 푸념을 들었다.

이 교육감은 “학교에서는 학생들 사이의 교우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강압적인 교육이 등굣길에서부터 이뤄지고 학생이 학생을 지도하는 것은 요즘 시대 상황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의 대입 성과에 대해서 그는 “인천의 진학 지도의 성공은 묵묵히 학생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의 제자 사랑과 열정, 그리고 헌신이 있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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