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파라치 ‘이빨’서 마트주인 구해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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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심판위, 8곳 과징금 80% 경감

지난해 10월 말 서울 성북구 관내 11개 마트는 동시에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마트 운영자 이병창 씨(56)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이 씨는 유통기한이 나흘 지난 컵두부를 판 혐의로 과징금 1862만 원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같은 해 6월 30일 누군가가 이 씨의 마트에 들어와 4분 만에 유통기한이 지난 컵두부를 발견하고 구매하는 영상을 촬영해 신고한 것이었다.

이 신고자는 지난해 6월 30일과 7월 1일, 이틀 동안 성북구 11개 마트를 돌며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발견해 구매하는 영상을 찍었다. 신고는 통상 한 달간 보관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삭제된 뒤인 7월 30일에야 접수됐다.

이 씨는 “컵두부는 매일 유통기한을 체크하고, 날짜가 지나면 철저히 진열대에서 치워 반품했는데 신고자가 4분 만에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발견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CCTV로도 확인할 수 없어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 신고자가 악의적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컵두부를 진열대에 가져다 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결국 이 씨를 포함한 마트 주인들은 유통기한이 사흘 지난 딸기우유, 하루 지난 주스 등 때문에 최소 800만 원에서 1800만 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11월 말 문을 닫은 3개 마트를 제외한 나머지 마트 업주들은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씨는 “보통 손님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샀더라도 반품을 요구하는데, 영상을 촬영하고 신고도 고의로 늦게 하는 것은 ‘식(食)파라치’의 소행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식파라치는 불량식품, 유통기한 경과 식품 등을 신고해 보상금이나 포상금을 타내는 사람을 말한다.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마트 주인들의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청구를 받아들여 과징금 일부 취소를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마트 주인들은 처음 부과된 과징금의 80%를 감경받게 됐다. 위원회는 “신고자가 이틀 동안 마트 여러 곳을 돌며 신고한 정황을 봤을 때 통상적인 구매 행태로 보기 어렵다”며 “악의적인 신고에 따른 과징금 부과로 업주들이 입게 될 불이익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식파라치에게 돌아갈 보상금도 2000여만 원에서 300여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식파라치#과징금#동네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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