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경영계 모두 지침 반대… 최종안 협의체 가동 쉽진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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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규칙-일반해고 지침 초안 공개]
노동계 “노사정 합의 파기… 철회를”, 경영계 “기업 인사관리 규제 우려”
정부 “협상테이블로 일단 나와야”

정부는 2대 지침(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초안 발표와 동시에 최종안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경영계 양쪽 모두 지침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쉽게 협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개혁 5대 입법 역시 야당의 반대로 꽉 막혀 있는 것도 노동개혁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0일 “어떤 형태로든 노사 당사자와 이른 시일 내에 실질적인 협의가 시작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날 발표한 지침 초안을 노동계와 경영계에 보낸 뒤 조만간 협의 시작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협의체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될 수도 있고, 별도의 협의체가 가동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부의 초안 발표를 노사정(勞使政) 합의 파기로 규정짓고,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취업규칙 변경 시 노조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기로 한 노사정 합의도 깼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좌담회가 열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지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노사정위 탈퇴와 전면 투쟁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계도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늦은 감이 있으나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가이드라인과 지침의 주요 내용이 공개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내용이 그동안의 법원 판결들을 정리하고 유형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기존에 나온 판례를 모아 지침을 만들면 오히려 기업의 인사관리가 획일적으로 규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병원 경총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경영자들은 해고가 어려운 현재의 체제가 고착화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임시국회의 노동개혁 입법 처리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지침 논의라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협의체가 가동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우리가 협의에 나서면 ‘협의를 했다’는 명분만 앞세워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침을 확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신뢰가 형성되기 전에는 정부 당국자의 전화를 받지도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지침 초안 발표라는 강수를 둔 것은 5대 입법안 처리 또는 지침 마련 중 하나는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유성열 ryu@donga.com·이샘물 기자
#일반해고#취업규칙#노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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