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놀이와 팀워크가 자살방지에 큰 도움 젊은이들에게 삶을 반추하는 기회 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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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발레킬데 시민학교 비길 교장, KAIST 방문 ‘여유의 중요성’ 강조

덴마크 시민학교 토마스 비길 교장(오른쪽에서 세번째)과 학생들이 KAIST 휴보연구실을 찾아 견학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덴마크 시민학교 토마스 비길 교장(오른쪽에서 세번째)과 학생들이 KAIST 휴보연구실을 찾아 견학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잠시 멈춰 서 삶을 반추하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학생 60여 명을 인솔해 17일 KAIST를 방문한 덴마크의 발레킬데 시민학교 토마스 비길 교장은 “계속 앞으로만 나아가다가는 방향을 잃을 수 있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덴마크 시민학교는 정부가 귀족에 비해 교육 기회가 적었던 평민을 위해 1884년 처음 설립한 이후 지금은 70여 개에 이른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6개월 동안 여행, 영화, 게임, 저널리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를 놀이와 게임 등을 통해 배우며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 누구나 학교를 다닐 수 있는데 18∼25세의 젊은이가 40%를 차지한다. 비길 교장은 “시민학교 출신은 상대적으로 친구가 많고 인생에 대한 통찰이 깊으며 학교와 직장에서 중도 탈락률이 낮다”고 전했다. 그는 “보드게임을 통해 얼마든지 전략과 수학, 논리를 익힐 수 있다”며 “우리의 주요 학습방법인 놀이와 게임이 일과 별개라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시민학교 일행의 한국 방문은 KAIST 재난학연구소가 주도했다. KAIST의 오랜 고민인 KAIST 학생들의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박희경 재난학연구소장은 “자살은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 재난연구의 한 분야일 수 있다”며 “덴마크 시민학교의 여유와 재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놀이와 팀워크가 자살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합창 시간을 늘리는 것도 추천할 만합니다. 자살은 무엇보다 고립감이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비길 교장은 “서울의 한 대학에서 우리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강연이 18일 예정돼 있었는데 중간고사여서 취소됐다”며 “서열화와 성공의 수치화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지만 이런 방식이 과연 인간과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지 계속 질문을 던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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