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확인후에도 비밀자료 유출 조사 안해

정성택기자 , 조숭호기자 입력 2015-10-13 03:00수정 2015-10-13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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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장비 보안 총체적 부실 국방과학연구소(ADD) 해외사무소의 암호장비 도난 사건에 대해 국방부는 12일 “분실로 인한 암호체계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장비는 잃어버렸지만 문제는 없다는 식의 태도다. 하지만 평소 암호장비의 민감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도난 이후에 이뤄진 보안 조사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호장비가 없어졌으면 이 장비 등을 통해 비밀자료들이 오간 게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장비 도난 외에 또 다른 피해 여부를 판단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호장비의 도난이 알려지고, 그동안 장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전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A국가에 주재하는 ADD 해외사무소는 NX-02R 암호장비를 목제 보관함에 넣은 뒤 이를 자물쇠도 채우지 않고 목제 책장에 관리해 왔다. 정부 당국자는 “담당자 P 씨가 보안규정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P 씨뿐 아니라 ADD 자체가 보안의식이 없었던 게 아닌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팩스용 암호장비인 NX-02R가 A국가로 보내진 것은 2011년 10월. 이후 ADD는 장비가 잘 있는지, 제대로 관리규정이 지켜지는지 한 번도 현장 점검을 하지 않았다. 현장 책임자는 주 1회 이상 장비 작동상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기록해야 하며 관리 책임자는 월 1회 점검해야 하지만 이 또한 무시됐다. ADD는 매년 1회 해외사무소를 보안 점검하는 새 규정을 올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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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A국가와 외교적인 관계를 고려해 공식 수사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대국에 암호장비의 반입 시기, 성능, 제원 등을 소상히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비가 누구의 손에 들어갔는지 밝히지도 못한 가운데 사건을 종결한 핑계로는 군색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암호장비는 뜯어지는 순간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에 암호체계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NX-02R로 다룰 비밀문건은 잘 관리되는지, 팩스 대신 사용된 e메일 등 다른 통신수단의 보안상태는 적정한지 종합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자 문책도 미흡해 정부가 사건을 종결짓는 데 급급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징계를 받은 사람은 장비 담당자 P 씨 1명뿐이다. 당초 징계위원회가 정직 처분을 건의했지만 중징계 중 수위가 가장 낮은 감봉 1개월로 바뀌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P 씨가 국방과학상을 3회 수상한 인재라는 점을 감안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정성택 기자
#암호장비#도난#비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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