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유덕영]조희연 교육감 눈엔 ‘음주 감사관 폭주’ 안보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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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영·정책사회부
유덕영·정책사회부
서울시교육청 K 감사관(52)이 조직폭력배와의 관계를 내세워 부하 직원을 협박한 발언이 알려진 6일 오전 시교육청 감사관실에서는 또다시 고성이 난무했다. K 감사관이 폭력조직 관련 발언을 감사원에 진술한 부하 직원 A 씨를 불러 이 말을 언론에 전했는지 다그친 것. K 감사관은 A 씨의 설명에 “○, ×로 대답하라고” “됐고”라고 고함치며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고성과 강압적인 분위기가 이어지자 참다못한 오성숙 청렴시민감사관이 “왜 그렇게 강압적으로 하느냐. 그렇게 위협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K 감사관은 더 큰소리로 “조용히 하라”고 윽박질렀다. 오 감사관은 독립된 입장에서 시교육청을 감시·조사하라는 취지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임명한 인물이다. K 감사관은 “나는 A 씨 같은 사람과 근무하기 싫다. 내가 딴 데로 보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임명된 지 4개월밖에 안 된 K 감사관은 음주 감사, 성추행, 폭언, 폭행 등 비상식적인 언행으로 현재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그런 그가 부하 직원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또다시 폭언을 일삼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교육감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본 뒤 조치하겠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참모들이 수차례 읍참마속(泣斬馬謖)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 교육감은 결정을 미루고 있다.

규정상 감사관은 독립된 위치이기 때문에 기관장이 임의로 징계나 어떤 조치를 내리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시교육청 안팎에서는 “감사원 감사 중에도 계속 물의를 일으키는 K 감사관을 어떤 식으로든 통제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많다. 꼭 징계가 아니더라도 K 감사관의 계속된 비상식적인 행동을 자제시킬 책임은 기관장인 조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K 감사관은 조 교육감이 직접 데려온 사람이다.

워낙 안하무인격인 K 감사관의 행동 때문에 교육청 내부에서는 “조 교육감이 무슨 약점이라도 잡혀 있는 것 아니냐” “이러다가 물리적 폭행까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떠돌고 있다. 폭언을 들은 A 씨는 이날 K 감사관과 동료들 앞에서 “나는 감사관이 두렵다”고 소리쳤다. 조 교육감이 방치하고 있는 사이 비상식적인 시교육청 간부의 일탈이 어디까지 갈지 두렵다.

유덕영·정책사회부 firedy@donga.com
#교육감#음주#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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