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침착대처… 여수 해상 화재어선 7명 전원구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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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바다서 뗏목 물 퍼내며 탈출… 휴대전화 불빛 비추며 3시간 버텨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에서 불이 났으나 선원 7명이 침착하게 대처해 전원 구조됐다.

여수시 삼산면 백도 동쪽 18km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경남 사천 선적 저인망 어선 ‘205흥성호’(39t급)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6일 0시 10분경. 어선에는 선장 천모 씨(56)를 비롯한 한국인 5명과 베트남인 1명, 중국인 1명 등 7명이 타고 있었다. 선원 장모 씨(40)가 기관실 쪽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기관실 문을 열었으나 이미 불길이 번진 상태였다. 선원들은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려 했지만 불길을 잡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소화기 2개의 안전핀을 뽑은 뒤 기관실에 던져 넣고 문을 닫았다.

불길이 갑판으로 번지고 기관실 쪽에서 물이 차오르자 선원 이모 씨(38)가 여수해양경비안전서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 사이 선장은 퇴선 결정을 내렸고 갑판장인 김모 씨(64)가 구명 뗏목을 바다로 던진 뒤 차례로 뛰어내렸다. 구명 뗏목은 바닥이 있는 대형 튜브에 천막처럼 원뿔 형태의 덮개가 있는 구조물이다.

선원들은 배에서 멀리 떨어지기 위해 노를 저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2, 3m 높이의 파도가 덮치는 데다 구명 뗏목 덮개를 펴는 지퍼가 고장 나 강한 비바람을 그대로 맞아야 했다. 뗏목 안으로 바닷물이 들이치자 플라스틱 물병을 잘라 번갈아가며 물을 퍼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휴대전화의 ‘라이트’로 사방을 비추는 사이 해경과 함께 수색에 나선 ‘208흥성호’가 선원들을 발견했다. 이들은 오전 3시 47분경 사고 해역에서 북서쪽으로 10km 떨어진 곳까지 표류하다 사고 발생 3시간 30여 분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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