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인출해 냉장고에 보관하라” 집까지 찾아가 1억 훔친 보이스피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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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사칭 中동포 구속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돈을 찾아오게 한 뒤 피해자 집을 직접 방문해 돈을 훔친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안양동안경찰서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고 돈을 훔친 혐의(절도 및 사기)로 심모 씨(22·중국 동포)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은 11일 오후 2시 15분경 A 씨(77·안양시 동안구)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감독원이다.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됐으니 계좌에서 돈을 모두 인출해 집 안 냉장고에 보관하라. 금감원 직원이 직접 방문해 조치해주겠다”고 하면서 A 씨의 집주소를 파악했다. 놀란 A 씨가 현금 1억 원을 찾아오는 사이 집에 있는 A 씨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이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A 씨 아내를 집 밖으로 유인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50분경 이들의 지시를 받은 심 씨는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A 씨의 집에 방문해 위조한 금감원 신분증을 내보이며 A 씨를 안심시켰다. 이어 심 씨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주민등록증 재발급이 필요하다. 집을 지키고 있을 테니 다녀오라”고 한 뒤 A 씨가 집을 비운 사이 1억 원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 조사 결과 심 씨는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60, 70대 고령의 피해자들로부터 3억1000만 원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심 씨 등은 이 과정에서 전철역 물품보관함을 금감원 전용 보관함이라고 속여 이곳에 돈을 넣어 두도록 한 뒤 이를 빼오는 방법도 사용했다. 심 씨는 이 중 2억9000여만 원을 중국 조직에 송금하고 나머지 1200만 원을 자신이 챙겼다.

안양=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보이스피싱#냉장고#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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