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경의중앙선 백마역 2층에서 만난 김지연(가명·17) 양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백마역 2층에는 김 양의 웃음을 닮은 공간이 있다. 청소년을 위한 북 카페 ‘깔깔깔’이다. 보통 다른 북 카페는 문학작품을 읽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 전부다. 그러나 ‘깔깔깔’은 다르다.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어떻게 이끌어 갈지 결정하는 사랑방이다.
이날 130m² 남짓한 북 카페에 들어서자 ‘깔깔깔’이라는 이름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북 카페 안 모든 공간은 투명한 유리로 나누어져 어디서나 사방을 볼 수 있었다. 10여 개의 테이블마다 높이 3m 남짓한 책장이 있고 각종 서적 3000여 권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3, 4명의 여학생은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며 체스게임을 즐겼다. 아담한 동아리방도 있다. 북 카페 한쪽은 공연이나 행사 때 무대로 쓰인다. 2주에 한 번씩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출연하는 음악회와 주제별 책 전시회도 열린다.
카페 운영을 맡은 3명의 선생님은 아이들의 친구이자 언니 누나 같은 멘토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보래 샘’ ‘연두 샘’이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따른다. ‘깔깔깔’은 고양시가 새로운 북 카페 문화를 만들기 위해 2012년 선보였다. 진짜 ‘카페 같은 도서관’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에는 평일에도 40명가량의 아이들이 찾는다. 주말에는 150명 가까운 아이들이 북 카페를 다녀간다. 연간 이용객은 약 2만 명에 이른다.
‘깔깔깔’을 비롯해 고양 지역 곳곳에 11개의 특별한 북 카페가 들어섰다. 화전역에 있는 ‘하하하’는 전시 공간이자 주민과 학생들의 커뮤니티 공간이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이벤트나 작은 음악회, 프리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화정역 광장 내 ‘톡톡톡’도 시민들에게 외면받던 어둡고 칙칙한 지하보도 구석을 활용해 청소년을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만든 사례다.
고양 지역 북 카페는 이처럼 독특한 이름과 함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인문학 강좌를 듣다가 싫증 나면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 수 있고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다. 운동을 할 수 있게 실내 놀이터가 설치된 북 카페도 있다.
북 카페는 고양시가 위탁한 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나 고양평화청년회, 고양문화재단 등이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운영하고 있다. 고양시는 청소년들이 휴식과 소통을 하며 열정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북 카페를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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