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 안창마을, 재개발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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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청, 재개발구역 해제해 도시재생사업 추진
일부 주민 “조합해산 동의서 받는 과정에 문제”

부산 동구 안창마을 전경.
부산 동구 안창마을 전경.
부산의 ‘달동네’로 불리는 안창마을이 재개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행정기관에서는 재개발정비지역을 해제하고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려는 반면 토지를 가진 상당수 주민은 이를 반대하면서 생긴 일이다. 관할 구청의 여론수렴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오후 6시 부산 동구 안창마을 내 범천1구역 조합 사무실. 60, 70대 주민 15명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마을 재개발이 무산될지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고 입을 모았다. “왜 구청이 마음대로 일을 추진하느냐” “잘 모르고 힘없다고 관(官)에서 속여도 되느냐”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논란의 핵심은 재개발정비구역 해제 여부. 7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안창마을 토지 소유자 276명 가운데 150명을 표본으로 추출해 ‘범일1동 주택재개발정비구역 존치·해제’를 묻는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조사 결과 88명(69.3%)이 해제에 찬성했다. 동구는 이를 토대로 재개발조합 해산을 위한 동의서를 주민들로부터 받았다. 동구 건축과 관계자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 여론이 많아 재개발조합 해산을 위해 동의서를 받았는데 역시 과반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17일까지 이의 신청을 받은 뒤 재개발구역을 해제할 예정이라는 것. 동구는 홈페이지 등에 관련 내용을 공고한 상태다. 이의 신청 내용 중 법률상 하자가 없으면 2008년 8월 지정된 안창마을 재개발구역은 7년여 만에 해제된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구청은 민간업체에 설문조사와 조합 설립 해산 동의서 접수를 맡겼다. 이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글을 잘 모른다는 주민 김모 씨(74·여)는 “밤 10시쯤 대학생들이 집에 찾아왔다. ‘주민 80%가 찬성했다’며 손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뭔지도 모르고 그쪽에 손도장을 찍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 마을은 꼭 재개발을 해야 한다. 똑바로 물었다면 해제에 반대했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40대 주부는 “우리 어머니도 집에 혼자 계실 때 누가 찾아와 ‘85% 넘는 주민들이 찬성했다’는 말에 도장을 찍어줬다고 해서 다음 날 구청에 항의했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어르신들에게 정확하게 묻지 않고 한쪽으로 유도해 설문조사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밝혔다.

조합 측은 주민들에게서 이의 신청서를 받아 구청뿐 아니라 부산시 등에 집단 민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박삼석 동구청장은 “재개발구역이 지정돼 장기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여러 주민의 의사에 따라 법적 요건을 갖추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창마을은 6·25전쟁 때 형성된 피란촌으로 700여 가구가 살고 있지만 무허가 건물이 많다. 상당수 주택이 낡고 도로가 정비되지 않아 개선이 시급한 상태다. 특히 주민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어서 행정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구역으론 부산 부산진구와 동구에 걸쳐 있지만 행정 편의상 이번 재개발구역 지정 해제는 동구에서 맡아 추진 중이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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