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수출 도와달라” 대사-영사들 앞에 선 경찰간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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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 전수, 국격 상승에 도움”… 靑지원에 全 공관장 강연으로 확대
경찰, 2015년 카타르 등 10개國과 계약

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대강당에 안호영 주미대사 등 전 세계에 파견된 한국의 대사와 총영사 170여 명이 모였다. 아랍에미리트(UAE) 경찰이 테러 진압 훈련을 한 뒤 “한국은 스승의 나라”라고 말하는 동영상이 상영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강연에 나선 김성근 경찰청 외사국장은 “비판도 많았지만 한국 경찰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여기 계신 분들이 주재국으로 돌아가 우리 경찰의 우수성을 전파해 달라”고 말했다.

경찰 간부가 사상 처음 전체 해외공관장 앞에 선 것은 ‘치안 한류(韓流)’의 홍보를 위해서다. 치안 한류는 한국의 치안 시스템과 장비를 해외에 이식하는 사업이다. 드라마나 영화, 케이팝(K-pop) 등으로 시작한 한류가 의료를 거쳐 사회 인프라인 치안 분야까지 확장된 것이다.

한국의 치안 시스템은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시위 진압 요령, 112 신고 시스템, 과학수사 장비 활용법 등이 특히 인기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 10개국에 치안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었는데 총 22개 나라가 신청했다”며 “치안 선진국인 프랑스도 매년 과학수사 경찰관을 파견할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점에 착안했다. 치안 한류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경제적 성과를 떠나 ‘사회 인프라’를 수출하는 것 자체가 국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18일 경찰간부 합동임용식에 참석해 “치안 한류가 확산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며 힘을 보탰다.

경찰은 당초 이번 해외공관장 회의 때 중남미 20여 개국 대사를 상대로 간단히 치안 전수 프로그램을 설명할 계획이었지만 청와대가 “전체 공관장을 대상으로 강연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국장급 간부가 나섰다.

부임지로 돌아간 뒤 당장 ‘치안 세일즈’ 일선에 서야 할 외교관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 대사급 공관장은 “개발도상국에서 치안 시스템 수출은 고위층과의 유대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설명회 후에 김 국장과 명함을 교환하면서 경찰청 치안 한류 지원 국가 선정 방법을 묻는 공관장도 적지 않았다.

경찰은 2018년까지 18개국에 300명 이상의 경찰관을 ‘치안 한류 대사’로 파견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한국식 치안 노하우를 수출하면서 시위 진압용 방패와 폐쇄회로(CC)TV 등 한국의 치안장비도 함께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치안수출#대사#경찰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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