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너진 안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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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도로공사장 레미콘 작업중 교량 상판 붕괴
1명 사망-8명 부상… 시공사 “사고 수습에 최선”

경기 용인시의 한 도로건설 현장에서 공사 중이던 교량 상판이 무너져 1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5일 오후 5시 18분경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북리 남사∼동탄 간 국가지원지방도 23호선 공사 현장에서 교량 상판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당시 10m 높이의 상판에서는 레미콘을 타설하고 있었다. 약 20m(폭 15.5m)의 상판이 붕괴되면서 현장에 있던 인부 9명이 함께 추락해 레미콘 액체와 철근 더미 등에 매몰됐다. 교각 밑에서 일하던 인부 7명은 신속히 대피해 피해를 보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여 사고 1시간여 만에 매몰자 9명을 모두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중상을 입은 이모 씨(67)는 병원에서 치료 도중 숨졌다. 중상을 입은 이모 씨(50)와 나머지 경상자 7명은 치료 중이다. 소방당국은 추가로 있을지 모르는 매몰자를 찾기 위해 밤늦게까지 현장 수색을 계속했다.

처참한 사고 현장 2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의 교량 공사현장에서 다리 상부가 무너지면서 인부 9명이 추락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해 출동한 119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처참한 사고 현장 2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의 교량 공사현장에서 다리 상부가 무너지면서 인부 9명이 추락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해 출동한 119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사고가 난 현장은 교량 가운데가 싹둑 잘려 나갔고 철근들이 서로 얽히고 구부러진 채 밖으로 노출돼 마치 폭격을 당한 듯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날 현장에는 50여 명의 인부가 있었으며 레미콘 타설 현장에서는 16명이 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인 롯데건설 측은 “레미콘 타설 중 갑자기 상판을 받치던 가설 부자재가 무너지면서 교량이 함께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서는 약 1500m³의 레미콘을 타설할 계획이었다. 이 가운데 약 1000m³의 레미콘을 타설했을 때 교각 상판 중간 부분 지지대(시스템 동바리)가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레미콘 타설작업을 할 때는 거푸집에 부은 레미콘이 굳는 동안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동바리로 불리는 지지대를 설치해야 한다. 레미콘 타설 때 발생하는 붕괴사고는 바로 이 지지대 부실이 원인일 때가 많다. 실제로 올 2월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 천장에서 레미콘 타설 중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의 원인도 조립식 지지대가 부실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수사전담반을 구성해 롯데건설 현장 관계자와 대피한 인부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시공사 측의 안전 및 주의 의무 위반이 확인되면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하부 구조물의 부실시공 의혹과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김치현 대표 등 임직원 10여 명은 이날 오후 8시 50분경 사고 현장을 방문해 “죄송하다.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곳은 남사∼동탄 간 국지도 23호선 3공구 중 냉수물천교 교각공사(길이 27m, 폭 15.5m, 높이 10m) 현장으로, 이 도로(전체 5.4km)는 동탄신도시 광역교통대책의 일환으로 롯데건설이 2012년 착공해 올해 말 완공 예정이었다.

용인=남경현 bibulus@donga.com / 박성진 기자
#안전#교량#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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