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위조해 산재보험금 타낸 건설사 직원들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2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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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 발생한 사고로 숨진 외주 굴착기 운전사를 회사 직원으로 등록해 산재보험금을 타낸 건설사 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 혐의 등으로 A 건설사 부사장 손모 씨(57)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굴착기 운전사 김모 씨(사망·당시 48세)는 2013년 6월 A 건설사가 진행한 하수관 정비 공사에 참여했다가 굴착기 전복 사고로 숨졌다. 굴착기가 맨홀 뚜껑을 들어올리다 옆으로 쓰러지면서 운전석에서 뛰어내린 김 씨를 덮쳤다. 이 사고로 김 씨는 머리를 크게 다쳤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사고 당시 개인사업자 신분이었던 김 씨는 A 건설사와 일당 45만 원에 계약을 맺고 20일 간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건설사는 김 씨 유족에게 사과하는 한편 2억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직원 15명 규모의 중소기업인 A 건설사는 자금난을 겪고 있었고, 합의금을 낼 능력도 없었다. 결국 이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이라 산재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김 씨의 근로계약서를 위조해 자사 직원으로 둔갑시켰다. 또한 건설기계 임대업자를 동원해 김 씨가 굴착기를 대여했다는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A 건설사가 제출한 위조 계약서에 속은 근로복지공단은 김 씨 사고를 산업재해로 인정해 지난해 1월 1억6000여만 원을 산재보험금 등으로 지급했다. A 건설사는 공단을 통해 받은 돈과 회삿돈 4000여 만 원을 합쳐 2억 원을 유족에게 건넸다.

‘완전범죄’로 끝날 뻔했던 이들의 범행은 계약서 진위에 의심을 품은 공단 측의 조사와 건설사 내부자의 폭로로 덜미가 잡혔다. 공단 조사팀은 자체 조사를 통해 건설사가 굴착기 운전사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런 가운데 A 건설사가 김 씨 사망의 책임을 물어 해고한 직원 중 한 명이 공단을 찾아가 자신들의 범행을 실토했다. 불법 행위를 포착한 공단은 보험금 지급 후 1년이 훌쩍 지난 올해 2월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회사 사정이 어려워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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