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증차 미적… “일찍 출근해달라”는 市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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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옥철 9호선’ 2단계 28일 개통에도 혼잡대책 낙제수준

이달 말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정식 개통을 앞두고 ‘지옥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28일로 예정된 9호선 2단계 구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 4.5km) 개통에 대비해 1월 말부터 한 달간 시운전을 한 결과 9호선 전체 승객 수가 하루 평균 2748명 증가했다고 4일 밝혔다. 또 전체 지하철 운행 거리가 늘면서 배차 간격도 평균 1, 2분씩 길어졌다. 이에 따라 출근시간대(오전 7∼9시) 신논현역 방면 열차의 혼잡도(정원 대비 승객 비율)는 최고 240%에 이르렀다. 160명 정원에 384명이 탑승한 것을 의미한다. 혼잡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승객은 불쾌감, 호흡 곤란 등을 느끼게 된다.

이에 시는 예비 차량(4량) 1대를 출근시간에 추가로 투입하고 강서구 가양역에서 여의도역으로 가는 출근 전용 급행버스 ‘8663번’ 15대를 하루 45회씩 운행하기로 했다. 시는 버스 노선 신설로 가양동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승객의 약 18%(2100명)를 분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혼잡 완화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증차’는 내년 9월에야 시작된다. 2018년까지 도입하기로 한 열차 70량의 도입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면서 20량(지하철 5대 분량)을 조기 투입하겠다는 것. 결국 올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약 1년 5개월 동안 증차 없이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리 증차 시기를 조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경호 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9호선 수요조사 때 승객 수요를 과소평가한 부분이 있다”며 “국고 지원에 대한 기획재정부와의 견해차 때문에 지난해 말에야 지원을 최종 약속받아 증차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2005년과 2011년 이뤄진 수요 예측 결과를 확인해보니 현재 승객 수요보다 각각 29.9%, 16.3% 적었다. 이 때문에 출근시간대 서울 지하철 혼잡도 상위 10개 구간 가운데 9호선이 5개 구간이나 된다. 정확한 예측에 실패하고 근본 해결책도 마련하지 못한 시는 시민들의 ‘희생’을 대안으로 내세워 논란을 자초했다. 김 본부장은 “시민들이 힘들더라도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출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시간대별 승객 수를 표시한 안내문을 역사마다 설치했다”고 말했다.

장택영 삼성교통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출근이 이르고 통근시간이 긴 나라에 속한다”며 “당장 증차를 할 수 없다면 대체 버스 노선을 더 확보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9호선의 과다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노면전차(트램)’ 등 대체 교통수단 검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9호선#지하철#지옥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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