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 좌천 초등교장 “징계 부당”… ‘집행정지’ 가처분에 직위 유지
이미 후임 발령한 경기교육청 “개학직전 법원결정” 조치 안해
2일 경기 안양시 귀인초등학교에서 새로 부임한 정모 교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그런데 이 학교에는 임기가 6개월이나 남은 이모 교장(58·여)이 아직 나가지 않은 상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교장은 지난달 16일 징계성 좌천 인사로 용인의 한 초등학교 교감으로 발령을 받았고 귀인초에는 정 교장이 발령을 받았다. 그러나 이 교장은 징계를 받을 만한 잘못을 하지 않았다며 인사발령을 중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지난달 27일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 교장은 귀인초 교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법원 결정문을 공식적으로 받지 못했다”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개학날 아침까지도 어디로 출근해야 할지 막막했던 이 교장은 귀인초에 들러 새 교장에게 인사만 하고 3일까지 병가를 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에 대해 “개학 직전에 법원 결정을 알게 돼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며 “기존 학교 복귀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다른 곳에서 교장직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4월 이 교장이 성추행을 유발한 책임이 있다며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이 교장이 소속 교사들이 참석한 술자리를 주선했는데, 여기에서 성추행이 벌어졌다는 것. 하지만 이 교장은 당시 추행이 벌어진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그에게 내려진 직위해제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교원단체는 “이 교장에게 큰 문제가 없는데도 지난해부터 도교육청이 징계를 남발해왔다”고 지적한다. “교육청의 윗선에 찍힌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교장은 학부모가 뽑은 공모 교장으로 귀인초에 부임했는데 공모 교장은 파면, 해임 등 중징계가 아니면 4년 임기를 보장받는 것이 보통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도교육청이 무리한 좌천 인사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자초했다”며 “유독 이 교장에게만 엄격한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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