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성폭행 충격에 정신병…20대 방화범에 ‘힐링 판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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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중 성폭행을 당한 충격으로 재범 우려가 있는 20대 방화범의 치료를 위해 당초 수감됐던 교도소가 아닌 치료감호시설에서 머무르도록 한 ‘힐링 판결’이 나왔다.

회사원 김모 씨(29)는 지난해 2월 자신이 살던 고시원 방에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달 간 월세를 못내 집주인이 짐을 빼놓은 것에 앙심을 품고 술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 1심 재판부는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김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죄사실 판단에 앞서 10년 전 김 씨에게 벌어진 ‘끔찍한 사건’에 주목했다. 김 씨는 2005년 군에 입대한 뒤 선임병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충격으로 자해와 자살시도를 반복하다가 정신장애 진단을 받았다. 제대한 후에도 불안 증세를 보이던 김 씨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얻기 위해 인터넷에서 북한 찬양 글을 퍼나르다가 국가보안법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정신과 의사 감정 결과 김 씨에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정서 불안정성 인격 장애가 발견됐고 자살 및 자해 충동은 여전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청구한 치료감호 청구를 받아들여 징역1년6개월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정신질환으로 인격장애가 발생한 상태에서 음주로 인해 충동조절에 더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1심은 피고인의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해 형을 감경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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