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남 도립미술관 유치 갈등 심화땐 공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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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순천 등 동부지역 7개 시군, 과열경쟁 대신 선의 경쟁 벌이기로

과열 양상을 보이던 전남 동부권의 도립미술관 유치전이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지나친 갈등으로 인해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2018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도립미술관 후보지가 여수·순천·광양시, 고흥·구례·곡성·보성군 등 동부지역 7개 시군이라고 9일 밝혔다. 전남도는 예향 전남에 과거 미술을 조명하고 미래 미술을 선도할 기관이 없는 점을 감안해 도립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특히 전남 동부권은 도민 45%가 거주하고 있지만 공립 미술관이 없고 박물관도 태부족한 것을 감안해 이 지역에 도립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도립미술관 위치 선정을 위한 용역조사를 시작해 6월 말 후보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도립미술관은 7000∼8000m² 규모로 건립되며 공사비 200억 원, 터 매입비 50억 원, 작품 구입비 50억 원 등 총 3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도립미술관 유치 의향을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지자체는 여수·순천·광양시, 곡성군 등 4개 시군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보여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이 때문에 전남도는 다음 달 초 도립미술관 유치 신청을 할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경쟁이 과열돼 지역 갈등을 유발할 경우 사업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호소할 방침이다. 또 “각 지자체가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제시하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도립미술관 유치를 바라는 여수·순천·광양시는 모두 경쟁이 과열돼 도립미술관 건립 추진이 좌절된 강원지역 사례의 전철을 밟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여수시는 지난달 23일 도립미술관 유치위원회를 구성한 뒤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수시는 여수엑스포장 활성화와 관광도시 이미지 부각을 위해 도립미술관 유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여수에는 도 산하기관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조용하게 유치운동을 펼치며 전남도 추진계획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시는 지난달 도립미술관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조용한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순천지역은 사통팔달 교통이 편리해 도립미술관이 들어설 적지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순천시는 전남 동부 3개 시 협의회가 답보 상태인 상황에서 도립미술관 유치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면 더욱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경쟁 구도보다는 순천 유치 타당성과 장점을 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양시는 조만간 도립미술관 유치위원회를 결성할 계획이다. 광양지역은 각종 문화예술 인프라가 턱없이 모자란 만큼 도립미술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광양시도 도립미술관 유치전이 너무 과열되면 결국 모두에게 손해라는 인식에 동감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국회의원, 시도의원 등 정치권보다는 미술협회, 예총 등을 중심으로 유치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도립미술관 유치 경쟁이 후유증보다 지역 상생 발전의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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